충남 부여 대백제전 문화탐방

   부여하면 국민의 80%이상이 금강의 하류에 있는 충남의 군소재지로서 백제의 수도였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우리나라 250여개가 넘는 시‧ 군 중 100여년 이상 한 나라의 수도였던 곳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잘 알려진 백제의 마지막 수도가 나당연합군에 의하여 멸망되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신라의 수도 계림은 신라가 멸망한 후 경주라는 명칭으로 바뀌었지만 부여는 백제시대 이래 지금까지 그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백제는 한강유역의 위례성에서 고구려의 팽창정책에 밀려 475년 개로왕이 죽고 공주로 천도하여 63년간을 버티었으나 무령왕이 중흥을 이룩하기 위하여 천도의 계획을 세워 그 아들 성왕 때인 538년(성왕 16년)에 수도를 부여로 옮겼다. 부여로 천도한 백제는 국호를 남부여로 고치고 호남평야지대의 경제기반과 진취적인 대외활동을 통하여 123년(538~660)동안 백제문화의 최전성기를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삼국문화 중 최고의 예술혼을 꽃 피우게 되었다.

   부여는 공주와 함께 백제문화의 흔적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왕궁지와 수많은 불교유적들, 그리고 궁남지와 정림사지, 왕릉유적 등 백제문화가 밀집되어 있다. 그러나 이곳은 이같이 화려했던 문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낙화암의 백제 여인들이나 황산벌에서 산화한 한 맺힌 백제 최후를 지켜 온 영령들의 숨결도 살아있으며 나당연합군의 말발굽아래 무참하게도 당하고 치욕적인 굴복을 겪어야 했던 백제 최후의 현장이기도 하다.

   성균관유도회동대문지부에서는 지난 10월 14일(목) 외부초청 인사를 포함 30명이 충남 부여 대백제전 문화탐방을 하게 됐다. 우리 일행은 전세버스를 타고 아침 8시경 제기역을 출발하여 경부고속도로와 천안고속도로를 달려 11시경 백제역사문화유적지에 도착했다. 유적지에 도착하니 부여는 지난 9월 18일부터 10월 17일까지 대축제 기간 30일 동안에 "1400년 전 대백제의 부활"이란 슬로건(slogan)을 내걸어 많은 사람들이 유적지를 찾았다고 한다. 부여군청에서 파견한 문화관광해설사 이희숙씨에게 안내코스 설명을 듣고 관람이 시작됐다. 해설사의 설명으로는 축제기간동안 270만 명정도 입장을 예상했는데, 10월 14일 현재 벌써 40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관람코스로 먼저 사비궁을 들어서니 정양문(正陽門)이 보였다. 정양문을 들어서니 천정전(天政殿)도 있었다. 서울로 말하면 경복궁의 근정전과 같았다. 이곳은 백제시대에 신년하례식, 외국사신 접견 등 국가 및 왕실의 중요한 행사를 하던 곳이다. 왕자가 생활하던 곳인 문사전으로 가니 사비천도와 영상 등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 옆에는 영영전이 있었는데 여기는 대신들이 집무를 보던 곳이다.

   백제의 사비궁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겸 쉼터인 제향루에 올라 백제 옛 수도를 관망하고 내려와 위례성과 생활문화공간을 둘러보았다. 생활문화마을은 계층별 주거유형 고을을 재현하고 있었는데, 계백장군댁 등 군관가옥과 귀족주택, 회우재(손님접대 및 업무공간), 홍의당(침소 개인집무실), 중인가옥, 서민가옥 등으로 지어졌다. 당시의 생활모습은 검소하거나 화려하지만, 누추하지 않았고 사치스럽지 않는 모습으로 재연하고 있었다. 해설사의 설명으로는 제대로 보려면 2박 3일정도는 걸려야 하며 하루 코스로는 시간에 쫓겨 몇 군데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렇게 몇 곳을 다니다 보니 시장기가 느껴져 우리일행은 식당으로 향했다.

   오후 1시경 식당에 도착하니 평생 처음으로 먹어보는 연밥이 식단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오곡밥을 연잎에 세 겹 싸서 국, 반찬과 함께 먹는 음식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그곳에서 100m정도 떨어진 궁남지로 향했다.

   사적 제135호인 궁남지(宮南池)는 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궁 남쪽에 위치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1400여 년 전 백제 무왕 35년에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수중공원)이라고 한다. 이곳은 서동(백제무왕)과 선화공주(신라)가 국경을 넘은 아름다운 사랑의 꽃이 피어난 곳이기도 했다. 연못 한가운데는 "포룡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다리가 놓여 있었다. 주변 10만여 평의 습지에는 연꽃과 야생화가 이 연못의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매년 7월경에 사랑을 주제로 한 "서동 연꽃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연꽃은 수연‧ 가사연‧ 왜개연‧ 물양귀비 등이 있는데 이 외에도 수십 가지의 별연이 아름답게 피어난다고 했다. 연꽃 한가운데는 서동과 선화공주 두 사람의 인형이 백제시대 복장으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1983년 사적 제301호로 지정된 정림사지(定林寺址)는 백제가 부여로 도읍을 옮긴시기에 사찰이 있던 자리다. 면적은 59,245㎡이며 부여읍 동남리에 있다. 발굴조사 때 강당 터에서 나온 기와에서 "태평8년 무진 정림사 대장당초(太平八年 戊辰 定林寺 大藏唐草)"라는 글이 발견되어 고려헌종 19년(1028년) 당시 정림사로 불렀음을 알 수 있다. 시간에 쫓겨 5층 석탑(국보 제9호)과 석불좌상(보물 제108호)은 차안에서 보며 아쉽지만 구드레나루터로 향했다.

   이 나루터는 백마강변에서 내려온 강 하류에 구름다리를 놓아 출렁거리는 다리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 꽃 전시장이 꾸며져 있었는데, 30만 개의 국화로 다양한 형태 각종 동물 모양의 꽃들과 화려한 분재가 전시되어 있어서 대백제전을 개최한 자존심을 건 관계자의 무수한 노력과 공이 돋보였다.

   다음 코스로는 백제 왕릉을 답사하기로 하고 능산리 고분군 백제 왕릉원으로 향했다. 백제 왕릉원은 사적 제14호로 지정되었으며 능산리 산 15번지에 위치한 해발 12m의 산 중턱에 있는 고분으로 백제왕족의 릉으로 추정되는데, 네 벽에는 사신도를 그리고 천정에는 연꽃무늬와 구름무늬를 그린 벽화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고분이란 삼국시대 이전까지 무덤을 말하며, 겉모습은 모두 원형으로 되어 있다. 앞뒤 2줄로 3기씩 있고, 뒤쪽 제일 높은 곳에 1기가 더 있어 모두 7기로 이루어졌는데 이 중 뒤쪽에 위치한 가장 큰 묘는 백제의 성왕묘가 아닌가 추정된다.

   부여의 백마강과 고란사, 지난 2006년에 개관한 백제역사문화관은 시간에 쫓겨 뒤로 미루고 공주에 있는 무령왕릉으로 향했다. 무령왕은 동성왕이 시해된 501년 40세 나이로 즉위하여 62세까지 23년간의 재위기간동안 민생안전과 국력을 신장하여 국제적 지위를 강화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큰 업적을 이루었고, 아들 성왕에게 백제중흥을 열게 했다.

   무령왕릉은 1971년 7월 송사리 배수로공사 중 우연히 발견됐다. 왕릉에서 발견된 지석문은 무덤의 주인이 누구이며 왕과 왕비가 언제 돌아가셨고, 언제 릉에 안장되었다고 자세하게 축조연대를 분명히 제시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왕릉에서 금제귀걸이, 목걸이, 팔찌, 청동신수경 등 각종 장신구를 포함하여 108종 4,600여점의 많은 유물이 출토되었고, 국보로 지정된 것만 해도 12건이나 된다고 한다. 무령왕릉을 포함한 공주 송산리 고분군은 사적 제 13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왕릉의 발견은 백제문화 및 미술의 높은 수준과 확실한 연대를 증명하는 역사적 계기가 되었으며, 빛나는 백제문화의 위치를 드높인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번 동대문지부 대백제전 문화탐방은 부여가 백제왕도(百濟王都)로서 천 년 세월의 해를 맞아 뛰어난 예술혼과 정신세계를 관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백제의 역사를 알게 하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