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말기 안동 권씨의 세력이 지대할 무렵 경북 안동에 재산과 덕망이 있는 분이 있었는데 그 별명은 '권호랑이'였다고 합니다. 누구하고 통성명을 할 때는 의례히 '나는 권호랑일세!'로 일축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권위적이었던 것이지요.

언젠가 서울에서 안동으로 낙향한 한 선비가 인사차 찾아가 인사를 올리니 예의 같은 투로 '나, 권호랑일세!'라고 하자 그 선비는 대뜸 "전, 조포수 올시다!'라고  이름도 밝히지 않고  넌 늙은 호랑이나, 나는 그 호랑이 잡는 젊은 포수라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한 방 먹은 것입니다. 그 권위가 많은 사람 앞에서 실추되었으니 잠이 오지 않는 것입니다. 이후 어떻게하면 이를 회복할까 고심하다가, 하루는 집으로 조포수를 불러 저녁을 대접하게 됩니다.

밥상에 큼직한 생선이 나오자 권호랑이 하는 말, '나는 어두(魚頭)를 할 테니, 자네는 어미(魚尾)를 함세!' 라고 하자, '네, 주시는 어미 잘 먹겠습니다'라고 받는 것입니다. 또 한 방 보기좋게 당한 것입니다. 어미(魚尾)를 어미(母)로 받아버렸으니 그런 욕이 어디 있겠습니까?

1,2차에서 참패를 당한 후 조포수 댁에 초상이 나자, 권호랑이는 보태쓰라고 '말 거시기'를 보내자 사람들은 너무하다고 하면서도 귀추가 주목되었던 것인데 이를 본 조포수 싱긋이 웃더니 그대로 포장해서 되돌려 보내고 초상을 치른 후 인사차 권호랑이 댁을 찾아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에 주신 '말 고기'는 잘 받았으나, 가운데 구멍이 난 걸 보니 어르신께서 이미사용했던 것 아닌가요?'  이 번에도 또 참패를 당한 것입니다. 3전 3패입니다.

세월이 흘러 이 권호랑이의 학식과 덕망이 조정에 알려져 이조판서직을 받아 한앙으로 올라가자 조포수는 고향에 다니러 간 김에 이 판서를 뵙겠다는 전갈을 올리자, 이 권호랑이는 한양에서 말발이 세기로 소문난  내시 10명을 초빙하여 이를 만회하고자 저녁 술자리를 마려하게 되었습니다.

주안석에 앉아서 조포수가 인사로 '저는 안동에서 올라 온 조아무개 올시다'라고 하자 마자 한 내시가 바로 받는 것입니다.  '시골에 사는 젊은  것들이 봄에 보리 밭에서 이렇게 저렇게 만들 것들이 조씨니 박씨니 하는 아닌가?' 처음보는 사람에게 해도 너무하는 것입니다만, 조포수는 이렇게 받는 것이지요. " 그렇습죠, 그 때 만든 애들이 애비없는 후레자식이라 불(  )을 따서 한양으로 보낸것이 내시가 아니던가요?" 

완전한 참패가 된 것입니다. 권호랑이는 이를 보고 한참 생각하다가, 조정으로 바로 행차를 하여 임금을 뵈고 자초지종을 아뢰고 이조판서 자리를 조포수에게 수여하라고 했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