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7시 30분경 나는 일어나자마자 동대문구청 큰 행사인 선농대제(先農大祭)에 참여하기 위하여 동대문구청 6층 기획상황실로 향했다.

단군기원 4343년(2010년) 선농대제에 참여하는 제관은 신농씨 초헌관에 장광근 국회의원님 등 11명, 후직씨 초헌관에 서정기 동양문화연구소장님 등 11명, 집례에 이경장 선농대제보존위원장님 등 6명으로 모두 28명이었다. 이 중 필자는 작년에는 후직씨 좌전관을 담당했었으나 올해는 집례인 관세위(盥洗位)를 담당하게 됐다.

선농대제는 신라 때 입춘(立春)뒤 첫 해일(亥日)에 명활성(明活珹)의 남쪽 웅살곡(熊殺谷)에서 선농제를 지냈으며, 입하(立夏)뒤 해일에는 신성북문(新城北門)에서 중농(中農)에 제사지내고 입추(立秋)뒤 해일에는 산원(蒜園)에서 후농제(後農祭)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려시대 성종 2년(983년) 정월에는 왕이 원구단(園丘壇)에서 기곡제(祈穀祭)를 지내고 몸소 적전(籍田)을 갈며 신농(神農)에게 제사하고 후직(后稷)을 배향(配享)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선농(先農)은 신라 때부터 비롯되었으나 신농과 후직을 제향한 것은 고려 성종 때부터 비롯된 것으로 짐작된다.

선농단 친경은 조선조 마지막 황제인 순종 융희 4년(1910년) 5월에도 행하였으나 일제치하에 들어가면서 폐지되었으며, 그러다가 1979년부터 제기동의 뜻있는 분들이 선농단친목회를 구성하여 선인들의 뜻을 되새기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이 단에서 치제를 올리다가 1992년부터 동대문구와 선농대제보존위원회에서 함께 제를 올리고 있다.

선농제를 지내고 나서 국왕을 비롯하여 조정중신은 물론, 서민에 이르기까지 함께 밭을 간 뒤, 백성을 위로하기 위하여 소를 잡아 국말이 밥과 술을 내렸으며, 그 국밥을 선농단에서 내린 것이라 하여 선농탕, 설롱탕, 설렁탕으로 변한 것이 오늘의 설렁탕 유래라고 한다.

작년만 하더라도 동대문구청에서 선농단까지 1.3㎞ 어가행렬이 있었으며, 농림수산식품부장관께서 직접 참석하시고 인근에 위치한 종암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대한민국 지도모양의 모내기를 하는 등 국가적인 행사로 실시되었으나 올해는 지난 3월에 발생한 해군 천안함 침몰사태로 인하여 행사가 축소되었다고 한다.

우리 제관일동은 당상관과 당하관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 버스로 이동하여 오전 10시 30분부터 선농단에서 제례를 봉행했다. 행사를 마치고 설렁탕으로 점심식사 후 집으로 오는 중 답십리 사진관에 들렸다. 상투를 틀고 턱수염과 콧수염을 붙인 사진 속 나의 모습을 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이처럼 사람은 분장하기에 따라 전혀 모습이 달라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