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 고 비슷한 처지일 때 그 사람의 상황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이 나이든 이들의 상황을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젊은 시절 노년을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 노인을 이해 못하는 젊은 사람들을 탓할 일만도 아니지 싶습니다. 나이든 이들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것은 함께 나이들어 가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노년과 관련한 토론장에서 정작 노인 문제를 논의하는 주인공들은 30,40대의 노년 전문가들입니다. 노년 당사자들이 생각하기에 그들의 논의는 자신들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지 못하는 듯 합니다.

어느 노년의 문제를 논의하는 세미나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객석에 앉아있던 한  70대의 노인이 일어나 오랫동안 해왔던 생각이었던듯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발언의 요지는 가계부에 부모봉양비 항목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녀 교육비, 부식비 등의 항목은 있는데 어찌해서 노부모 봉양비는 없냐는 당당한 이의제기 였습니다. 할아버지의 얘기가 끝나자, 또래 노인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고, 할아버지에게 장한 일 하셨다면서 속이 시원한 표정들이었습니다. 

자신들의 마음을 이처럼 시원하게 대변해 사람이 있다면, 혹은 그런 단체가 있다면 노인의 권익향상에 도움이 되지않을까요?   

미국에는 '미국은퇴자 협회'  AARP라는 은퇴자들로 구성된 단체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톨릭 교회 다음으로 규모가 큰 단체로 영향력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미국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50세 생일이 지나면 은퇴자 협회의 가입신청서를 우편으로 받게됩니다. 년 회비는 우리돈으로 1만5천원 정도입니다.   

미국의 은퇴자 협회는 1947년, 에슬리 퍼시 앤드러스( Dr Ethel Percy Andrus)가 '전국 은퇴교사협회'를 설립한 것이 그 시초입니다. 그녀는 은퇴 후 형편이 어려워져 자신의 집에서 살 수 없게 된 동료를 방문한 후 이 조직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1958년 미국은퇴자협회를 설립, 회원들에게 건강보험에 대한 정책을 제공했습니다.

현재 회원은 4천 만명에 이르고, 2600만부의 AARP 잡지가 발행되고 있고,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시니어들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AARP는 시니어들의 자원봉사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 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이 5백만명에 이르고, 자원봉사자도  1백만명에 달합니다. AARP 회원들은 평균 주 14시간의 자원봉사를 하고, 주 30시간 이상 자원봉사하는 이들도 5백만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AARP의 창립자는 세자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서비스를 받지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
현재의 노년 당사자들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를 위한 일이다.라 하여 은퇴할 젊은이를 포함한 활동을 지향하고, 
도움이 되는 시민들의 커다란 조직 만들기가 그것입니다.  

은퇴자 협회에서 하는 대표적인 일은 은퇴자의 인력을 활용하여 은퇴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활동인 세무상담원 프로그램은  1968년 마련된 가장 큰 자원봉사자 프로그램으로 교육및 인증된 330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매년 2백만명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정부와 협조관계를 맺은 미국 국세청이 세금 상담원 훈련 및 자격증을 주기 위해 연 1억 달러를 제공하고,. 미국 세금 납세자의 1 %가 본 세금상담원의 서비스를 받아 신청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노년운전자들을 위한 안전교육 입니다. 고령화와 함께 노년운전자들의 교통사고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는데 착안하여 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합니다. 노년 운전자들의 문제점들에 집중하여  주의 사항 등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냈습니다.

노화로 인한 변화, 노인이 복용하는 약에 의해 생길 수 있는 변화와 그로 인한 운전자 문제를 부각시킵니다. 매년 교육받은 1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70만 명 이상의 노인 운전자들을 교육하고, 모든 주 및 지역에서 34000개의 운전지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외에도 음식과 의복 기부, 재가 독거노인 방문, 청소년들을 위한 학습지도 및 감독, 식사배달 서비스 협력 등의 자원봉사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노년 정책과 관련한 강력한 파워집단으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과시합니다. 

고령자의 증가와 함께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노년의 문제를 집중 부각시키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은 물론 노인들의 자발적인 자원봉사를 통한 사회참여로 사회의 짐으로 인식될 수 있는 노년을  사회의 힘으로 전환시킨 고령사회의 멋진 모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에도 대한은퇴자협회가 8년전 생겨 노년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인지도와 참여도가 낮은 것이 현실입니다. 점점 고령화가 진행되는 현 상황 에서 노인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때입니다.

대한 은퇴자 협회에서는 참여회원들에게 노인 주례,시험감독관 등의 일자리를 알선해 주고 있고, 정책 참여모임인 정책 뱅가드단을 결성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인의 진정한 대변인은 노인이다'라는 것을 깊이 새겨볼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변하는 세태를 원망한다고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노인이 많아질 때 고령사회 노인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