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월 23일은 나의 65세 생일날이다.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되던 해인 1945년 음력 1월 10일에 태어난 나는 이날이 양력으로 
2월 22일임에도 불구하고 선친께서 음력 1월 10일로 정확하게 호적신
고를 해주셔서 국가에서 공인한 65세는 지난 1월 10일인 셈이다. 
  예로부터 60세(耳順)의 나이는 많은 의미를 갖는다. 자기가 태어난 
육갑년이 다시 돌아오는 해이니 회갑(回甲)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평
균수명이 짧았던 예전에는 환갑잔치를 크게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요
즘은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80세를 바라보는 시대가 되었으니 70세(古
稀)는 되어야 예전 환갑잔치에 버금가는 생일상을 받는 시대가 되어
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65세를 맞이한 나는 감회가 남다르다. 직장
에 다니는 아이들이 연말정산 때 받는 경노우대 소득공제대상이 지난
해부터 65세에서 70세로 바뀌기는 했으나, 며칠 전 내가 살고 있는 광
진구 중곡동에서 보낸 노인복지관련 안내서를 받아보니 ①기초노령연
금 ②지하철무임교통카드 ③노인복지카드 등 65세부터 적용되는 경노
우대 혜택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우리세대는 그야말로 많은 고통을 겪었다. 
국내에서는 1945년 해방에 이어 1948년 8월 15일 정부가 수립되었으
나 미쳐 안정을 찾기도 전에 1950년 6.25 민족전쟁이 일어나 온 나라
를 잿더미로 만들기도 했다. 6.25전쟁으로 인한 사망 및 행방불명이 
30만명 이상, 부상 25만명 이상, 재산피해가 당시 화폐가치로 30억불
이나 되었다. 1953년 7월 27일 3년여에 걸친 내전이 휴전되기는 했으
나 6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남북이 갈라진 상태로 휴전 
중에 있다. 

  이후에도 좌우익과의 충돌은 계속되었으며, 1960년 4.19 학생의거
로 이승만정권이 무너지고 1961년 5월 16일 군사쿠테타로 정권을 잡
은 박정희장군이 재임기간 중 농촌경제를 일으키고 우리나라 과학기
술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1979년 10월 정보부장에 의해 피살됨
으로 18년간이나 계속된 장기집권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비운의 대통
령이 되었다. 또한 지난해 5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63세라는 젊
은 나이로 봉하마을 사저 뒷산에서 투신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고 8월에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하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86세로 영면하셔서 한 해에 전직 대통령을 두 분이나 잃는 비운의 해
가 되기도 했었다.
  나 개인적으로는 현재까지 지난 65년을 살아오는 동안 한국종합기술
공사 2년, 군복무 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29년, 국회 한자해독 3개
월, 서울시 교통서포터즈 11개월, 동대문구 숲 해설 2개월, 서울홍릉
초등학교와 답십리청소년독서실 한문예절교육 4년 등 미력하나마 40여
년째 봉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초등학교 한문예절교육과 한국은퇴자
협회 국가시험감독관업무, 그리고 답십리16구역재개발 감사직은 당분
간 계속 해야 될 것 같다. 

  이 모두가 다 나를 낳아 길러주시고 언제나 늘 잘되기를 축원해 주
시던 부모님 은덕으로 생각되어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께 고마움과 
함께 모든 불효를 빌고 싶다. 최근 몇 년간 우리집안에는 좋은 일도 
있었지만 불행한 일도 더러 있었다. 2004년 9월에는 우리집안의 기둥
이신 아버님(83세)께서 영면하셨고 2008년 1월에는 18년간 신한은행 
과장으로 성실하게 근무해온 사랑하는 딸 계향이(37세)를 잃었다. 장
래가 촉망되는 아이가 요절(夭折)하여 너무나 안타깝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2008년 5월에 우리 손자 순재(純載)가 태어
나 온 집안에 기쁨을 안겨주었고 오는 10월에는 둘째 손자가 태어날 
예정이다. 또한 오는 8월과 내년 2월에는 우리 아들내외가 박사학위
도 받게 될 것임으로 나 자신 가정형편상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
기 때문에 나의 소원이 해결되어 아들 내외의 박사학위 수여는 집안
에 큰 경사가 될 것 같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온갖 희로애락을 다 경험하고 황혼기의 말년을 
맞게 되면 몇 가지 미완의 일들을 매듭짓고 세상을 뜨는 것이 의미 있
는 삶의 흔적이 아닐런지 모를 일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섬찍한 느낌
마저 들겠으나 스스로의 유택(幽宅)을 마련하고 유언장을 미리 작성하
는 등 생을 마감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기제사와 차례, 그리고 조상묘소의 벌초 문제와 족보의 기재사
항도 잘 정리하여 자식들에게 전수시켜 대대로 내려오는 가풍과 정신
이 끊어지지 않도록 다짐해 두는 것도 좋을듯하다. 아무튼 나이가 들
고 보니 삶의 공간도 중요하지만 유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음은 
어쩔 수 없는 황혼기의 나약한 심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올해는 60년만에 한번 돌아온다는 경인(庚寅)년 백호(白虎) 호랑이
해이다. 우리나라는 동편에는 태평양건너 승천하는 용의 형상인 아메
리카 대륙의 좌청룡(左靑龍)이 있고 우편에는 날듯이 달려가는 비호
(飛虎)의 형상인 구 소련에서 아프리카 대륙까지 우백호(右白虎)가 있
으며, 남쪽으로는 아름답게 펼쳐진 일본열도의 남주작(南朱雀)과 북쪽
으로는 우람한 중국대륙의 북현무(北玄武)가 있어서 동서남북으로 세
계 각국이 우리나라를 보필하고 있는 세계명당이다. 
  2010년 경인년 새해를 맞이하여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 왔던 것처럼 
나이를 잊고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다 보면 건강도 유지하게 될 것이
고 언젠가는 남북통일이 이루어지는 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