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은 해학과 재치의 시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 나 그렇지 않은 본격적인 시도 있습니다. 이렇게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엔, 소주 소비량이 30% 이상 는다 고 합니다. 눈으로 인해 교통이 불편하지 않다면 친구를 만나 신년 한 잔의 술이 생각나지만 이게 여의치 않아 그냥 생각나는 대로 글을 올 려 봅니다. 김삿갓이 추운 겨울 밤 금강산에 있는 어떤 암자에서 고승을 만나 나 눈 칠언절구(七言絶句) 한 수를 소개합니다. 月白雪白天地白 달도 하얗고 눈도 하얗고 온 천지가 하얗고나 山深水深客愁深 산도 깊고 물도 깊고 나그네의 금심도 깊고나 첫구는 김삿갓이 고승에게 '白'이라는 운을 던진 것이고, 둘째의 구 는 고승이 김삿갓에게 '深'이라는 운을 받아 지은 것입니다. 시의 정황으로 봐서는 눈이 온 겨울의 달밤인 것 같습니다. 스님은 눈 을 배경으로 한 자연을 읊고, 放浪客은 근심의 깊이를 말하고 있습니 다. 하얀 눈과 근심의 깊이가 묘하게 대조를 이루는 광경입니다. 본래 칠언절구는 4개의 구로 이루어지나 이 2구절 밖에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