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10월 31일(토) 아침 5시 30분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상대 예보에 의하면 이날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어서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에 위치한 사적 제417호인 우암 송시열 (尤庵 宋時烈) 선생 유적지 방문계획이 취소되는 게 아닌지 우려되었 으나 다행히 기상대 예보와는 달리 구름만 끼고 비가 오지 않아 예정 대로 동참하게 됐다. 집 가까이에 있는 군자역에서 출발하여 혜화동 성균관대 정문 앞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셨다. 나도 등록을 마치고 버 스에 오르니 초면인 분도 많았지만 아는 얼굴도 더러 계셨다. 순서대 로 자리에 앉다보니 맨 뒤쪽 세 번째 자리인 문화해설사 정명숙님 옆 자리가 나의 자리였다. 인원점검을 마친 우리일행 53명은 버스와 15인승 승용차에 나누어 타고 아침 8시 20분경 성균관대 정문 앞을 출발했다.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는 중 차창바깥으로 보이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잎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우암 송시열 선생(1607~1689)은 조선 후기의 문신 및 학자로 17세 기 중엽이후 붕당정치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서인노론의 영수이자 사 상적 지주로서 활동했다. 본관은 은진(恩津). 아명은 성뢰(聖賚). 자 는 영보(英甫). 호는 우암(尤庵)이다. 아버지는 사옹원봉사 갑조(甲 祚)이고 어머니는 선산곽씨(善山郭氏)이다. 26세 때까지 외가인 충청도 옥천군 구룡촌에서 살다가 회덕으로 옮 겼으며, 김장생(金長生). 김집(金集) 부자에게서 학문을 배웠다. 1633 년(인조 11년) 생원시에 장원급제하고 최명길의 천거로 관직생활에 발 을 내디뎠으며, 1635년 봉림대군(鳳林大君 : 뒤의 효종)의 사부(師傅) 가 되었다. 이듬해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인조를 따라 남한산성에 들어갔으나 1637년 화의가 성립되어 왕이 항복하고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청나라 에 인질로 잡혀가게 되자 낙향하여 10여 년간을 초야에 묻혀 학문에 몰두했다. 1649년 효종이 왕위에 올라 척화파와 산림(山林)들을 대거 기용하면 서 그도 장령에 등용되어 집의가 되었다. 이때 존주대의(尊周大義)와 복수설치(復讐雪恥)를 역설하는 글을 왕에게 올려 효종의 신임을 얻 게 되었다. 그러나 청서파(淸西波 : 인조반정에 간여하지 않았던 서인세력)였 던 그는 공서파(功西波 : 인조반정에 가담하여 공을 세운 서인세력) 인 김자점(金自點)이 영의정에 임명되자 사직하고 향리에 은거하면서 후진양성에만 전념하였으나 1658년(효종 9년) 다시 관직에 복귀하여 이조판서에 올라 효종과 함께 북벌계획을 추진했다. 이듬해 효종이 급서한 후 자의대비의 복상(服喪) 문제를 둘러싸고 제1차 예송(禮訟)이 일어나자 송시열은 기년복(朞年服 : 만 1년 동안 상복을 입는 것)을 주장하면서 3년복(만 2년 동안 상복을 입는 것)을 주장했던 남인의 윤휴(尹鑴)와 대립했다. 예송은 경국대전의 국제기년 설(國制朞年說)에 따라 결국 1년복으로 결정되었지만 이 일은 예론을 둘러싼 학문적 논쟁이 정권을 둘러싼 당쟁으로 파급되는 계기가 되었 다. 예송을 통해 남인을 제압한 송시열은 효종에 이어 현종이 즉위한 뒤 에도 숭록대부에 특진되고 이조판서에 판의금부사를 겸임한데 이어 좌 참찬에 임명되어 효종의 능지(陵誌)를 짓는 등 현종의 신임을 받으면 서 서인의 지도자로서 자리를 굳혀 나갔다. 1671년 우의정이 되었고 이어 허적의 후임으로 좌의정에 올랐다. 1674년 효종비 인선왕후가 죽자 다시 자의대비의 복상문제가 제기되 어 제2차 예송이 일어났을 때 대공설(大功說 : 9개월 동안 상복을 입 는 것)을 주장했으나 기년설을 내세운 남인에게 패배 실각당했다. 이 듬해 앞서의 1차 예송 때 예를 그르쳤다 하여 덕원으로 유배되었고, 이어 웅천⋅장기⋅거제⋅청풍 등지로 옮겨 다니며 귀양살이를 했다. 1680년(숙종 6년) 경신대출척으로 남인들이 실각하고 서인들이 재집 권하자 유배에서 풀려나 그해 10월 관직에 다시 등용되었다. 그 뒤 서 인내부에서 남인의 숙청문제를 둘러싸고 대립이 생겼을 때 강경하게 남인을 제거할 것을 주장한 김석주(金錫冑)⋅김익훈(金益勳) 등을 지지 했다. 이로써 서인은 1683년 윤증(尹拯) 등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소 론과 송시열을 중심으로 한 노장파의 노론으로 분열되기에 이르렀다. 1689년 숙의장씨가 낳은 아들(뒤의 경종)의 세자책봉이 시기상조라 하여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숙종의 미움을 사 모든 관직을 삭탈당 하고 제주로 유배되었다. 그해 6월 국문(鞠問)을 받기 위해 서울로 압 송되던 중 정읍에서 사약을 받고 죽었다. 1694년 갑술옥사로 서인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서 신원되어 관작이 회복되었다. 그해에 수원⋅정읍⋅충주 등지에 그를 제향하는 서원이 세 워졌고, 다음해에는 문정(文正)이란 시호를 받았다. 이때부터 화양동 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약 70여 개소에 이르는 서원이 세워졌다. 1744 년(영조 20년)의 문묘배향을 통해 그의 학문적⋅정치적 권위가 국가의 공인을 받게 되었으며, 특히 영조⋅정조 이후 노론 일당전제가 이루어 지면서 사상적 지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구축하게 되었다. 그의 학통을 이어받은 권상하(權尙夏)의 문하에서 한원진⋅윤봉구⋅이 간 등 이른바 강문8학사(江門八學士)가 나왔는데 이들은 조선 후기 기 호학파 성리학의 주류를 형성했던 인물들이었다. 이들을 통하여 송시 열의 주자학적인 정치⋅경제⋅사회사상은 조선후기 성리학의 정통적 흐 름이자 가장 강력한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기능하게 되었다. 이날 문화유적답사는 성균관 석전교육원에서 주관한 후기 수련회였 다. 모두 53명이 동참하였으며, 기상대 예보와는 달리 서울에는 비가 왔으 나 행선지인 화양구곡은 구름만 끼였을 뿐이고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 었다. 우리나라에는 국립공원이 모두 20개가 있다. 이중 16개는 산이고 3 개는 바다 그리고 나머지 1개는 역사유적지이다. 16개의 산 중 6개는 백두대간에 위치하고 있는데 설악산, 오대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 산, 지리산이 그것이고 나머지는 각도에 1개씩 배정되었는데 북한산, 월악산, 계룡산, 치악산, 내장산, 월출산, 주왕산, 가야산, 한라산, 변산반도 등이며, 바다는 태안해상, 한려해상, 다도해해상이고 역사유 적지는 경주이다. 이날 탐방한 우암 송시열선생 유적지는 백두대간인 속리산 국립공 원 내 화양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화양구곡은 경관이 빼어난 아름다운 계곡으로 청천면 소재지로부터 송면리 방향 9Km지점에서 3Km에 걸쳐 화양천을 거슬러 올라가며 좌우에 산재해 있는 넓게 펼쳐진 바위로 반 석위로는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의 울창한 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화양서원은 우암 송시열선생의 문하생인 수암(遂菴) 권상하(權尙夏) 가 우암을 제향하기 위하여 건립했으며, 조선후기 정국을 주도했던 사 림의 중심지로 당시 사액서원 중에서도 가장 위세가 당당했던 곳이 다. 인근에 위치한 만동묘(萬東廟)는 임진왜란 때 조선에 원군을 파견 한 명나라 신종과 의종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건립한 곳으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일으켜 조선을 침략하고 명나라를 무너 뜨린 청나라를 사상적으로 부정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이는 중화 의 맥을 조선이 잇는다는 뜻이라고 하며 만동묘에 오르는 계단 디딤 폭을 좁게 한 것은 황제를 배알할 때의 예법인 옆걸음으로 오르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3,000번 이상 이름이 거명되고 이퇴계⋅이율곡⋅박세 채⋅김집 등과 함께 종묘와 문묘 두 곳에 모두 모셔진 공신은 우암 송 시열선생까지 5명뿐이라고 한다. 태조는 신의왕후 한씨와 신덕왕후 강씨 사이에 모두 8왕자를 두었는 데 강씨 소생인 8남 방석을 가장 사랑하여 그를 세자로 봉하고 정도 전 등 개국공신으로 하여금 보좌케 하였던바, 이에 큰 불만을 품은 한 씨 소생의 5남 방원이 1398년 군사를 일으켜 정도전 등을 죽이고 세 자 방석과 그의 형 방번을 죽인 1차 왕자의 난(무인정사)이 일어났 다. 그 후 정안대군(방원)은 조선조 3대 왕 태종이 되어 이복동생인 의안대군(방석)의 어머니 신덕왕후 강씨를 폐위시켰었는데, 무려 260 년이나 지난 숙종 때 우암 송시열선생의 상소로 신덕왕후 강씨가 복위 되어 종묘에 모셔지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일행은 화양서원과 만동묘를 둘러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인근 에 위치한 채운사와 화양구곡 바위 곳곳에 새겨진 비례부동(非禮不 動) 대명천지 숭정일월(大明天地 崇禎日月) 등에 대한 내력을 알아보 고 청천리 굽이굽이 돌계단을 지나 산 중턱에 위치한 우암 송시열선 생 묘소도 둘러보고 귀경길에 올랐다. 이제 늦가을이어서 그런지 오 후 5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날씨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귀경 길 버스안에서 김경선교수님의 안내로 우리일행들의 개인소개가 있었 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는데, 특히 국악인 김영숙님의 민요열창은 청중 을 사로잡는 최고의 인기곡이었으며 그는 일행들의 요청에 의하여 여 러 차례 앵콜송을 부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