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금) 고향 봉화에서 서벽초등학교 제10회 동창회가 있 었다. 1958년 3월 17일 졸업 후 어언 50여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몇 차례 동창회가 열리기는 했으나 이번처럼 많은 동문들이 만나는 것 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우리 동문들은 서울 청량리와 서벽을 오가면 서 몇 차례 동창회를 가지기는 했으나 그때마다 매번 13명 내외의 얼 굴들만 만났는데 이번에는 25명 중 다음날에 합류한 이홍식, 이광식 동문까지 총 20명이라는 많은 동문들이 참석해 주어서 졸업 후 50여년 만에 대성황을 이루었다. 우리 고향 서벽은 경북 최북단인 강원도 영월과 인접해 있으며 태백 산과 소백산을 잇는 백두대간 줄기에 위치하고 있어서 예로부터 우리 나라 십승지지 중 한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특히 춘양목과 송이가 전 국적으로 유명하며 심한 일교차와 저 농약 사용으로 사과, 고추, 표고 버섯, 호두, 토종잡곡 등 농. 특산물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두내마을 (서벽3리)은 마을지형이 말(斗)속같이 생겼다고 하여 두내(斗內)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문수산 자락의 영험한 기운을 머금고 있는 탄산약수 는 특히 피부와 위장병에 효험이 있어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한 다. 동창모임이 낮 12시에 있어서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강변역에 위치 한 동서울터미널에서 아침 7시40분에 출발하는 첫 고속버스로 고향으 로 향했다. 아들 대기군(서울대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이 등교 길에 터미널까지 나와서 차표까지 끊어주며 전송을 해 주었다. 아침에 집을 나올 때 우 리 며느리(포천중문의대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도 여행길에 보태 쓰라 며 금일봉을 주기도 했다. 버스로 달리는 중 죽령휴게소에서 약 10분 간 휴식을 취한 후 춘양에 도착하니 오전 11시경이었다. 곧바로 서벽 행 버스로 갈아타고 가는 중 대구에서 올라오는 정재원 동문을 만났 다. 그는 오랜 기간 교직에 있었는데 62세 정년을 맞이하여 수년전 퇴 임하고 지금은 소일중이라고 했다. 서벽2리(본동) 친척집에 들러오겠 다는 그와 헤어져 서벽1리(골말)에 내리니 동문들 중 내가 2등(1등은 이후자 동문)도착이었다. 아직 동문들이 도착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했음으로 나는 마을 입 구에 위치한 정보화마을 사무실에 들러 관리자인 곽진희님을 만났다. 곽진희님은 둥근 얼굴에 밝은 표정으로 무척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차를 한잔하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는 옛날 우리들과 초등 학교를 같이 다녔던 김𝑕𝑕님의 며느리가 되신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어서 더욱 반가웠으며, 오후에 우리 동창모임을 취재하러 오시겠다 는 말씀을 해 주셔서 더욱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곽진희님과 대담을 마치고 인근에 있는 모교(서벽초등학교)를 찾았 다. 옛날 1950년대 우리가 다닐 때 건물은 아니었으나 오랜만에 모교를 방 문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교문입구에는 높이 20m, 둘레 6m정도 되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두 그루 있었는데 이중 한그루는 이미 고사(枯死) 하여 베어져 없어지고 그 중 한그루가 아직 남아 있어서 그나마 다행 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문입구 신작로에 서있는 안내팻말에는 이 런 글이 쓰여 있었다. 조선조 서기1908년(순종2년) 5월 1일 변학기외 300의병은 골말의 30 여그루 느티나무를 은신처로 매복하여 이곳을 통과하는 200여명의 일 제군에게 공격을 가하여 40여명을 생포하고 나머지는 모두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일제는 자신들이 참패하였던 쓰라린 경험을 간직한 골말 느티나무를 전부 없에버리기 위해 조선용 목재(造船用木材)에 쓴다는 구실로 30여 그루의 느티나무를 모두 베어버렸으나 성황당(城隍堂)에 바짝 붙어있 던 느티나무 한그루는 신목(神木)이라 하여 다 베지 못하고 반쪽만 끊 어가고 나머지 반쪽을 남겨두어 지금에 이르렀다. 나의 모교 서벽초등학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영원 한 마음의 고향이자 고향속의 고향입니다. 우리가 모교를 다니던 1950 년대에는 경제가 너무나 어려워서 졸업생 중 상당수가 진학을 못하고 농사를 짓거나 서당에 다니곤 했습니다. 졸업 후 50여년이 지난 지금 은 5명의 동문들(강석란, 김제도, 김춘국, 박중선, 이윤식)이 이미 세 상을 떠났고 김동진 동문은 최근 그의 누님에게 확인한 결과 젊었을 때 스님이 되어 전국을 떠돌아다니다가 몇 해 전 중국으로 이민을 간 이후 영영 행방을 알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해주어 졸업생 30명 중 24명 만 남게 되었으나 후에 타교로 전학을 간 김선동 동문이 우리 동문회 에 새로 들어오게 되어 현재 25명이 되었는데, 그는 올해 70세로 우 리 동문들 중 최고령자가 되었다. 학교주변을 둘러본 나는 교장실에서 구정애 교장선생님과 대화를 나 눌 기회가 있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현재 전교생이 22명으 로 유치원생 8명까지 합하더라도 총 30명밖에 되지 않아 매년 춘양초 등학교와 통합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최근 서벽리 일대가 국립수목원 으로 지정이 되어 그나마 폐교는 면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말씀이었 다. 서벽리 문수산 일대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국가정책사업으 로 2,300억원이 투입되는 5,000ha규모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조성 될 예정이다. 조성단계부터 1천272명의 일자리 창출과 2천276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되고 수목원 운영을 위하여 130여명의 연구 및 관리 인력이 배치되며 해마다 170만 명의 관광객 방문을 기대할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여서 앞으로 고향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 로 생각되었다. 경상북도 봉화에 들어서는 백두대간수목원은 경기도 포천 광릉수목원에 이어 두 번째로 건립되는 국립수목원이 될 것이라 고 한다. 우리 동문들은 오상성회장 자택에서 준비해온 싱싱한 문어와 통닭으 로 식사를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담소를 나누었다. 이제부터 는 건강부터 챙겨야한다는 것이 동문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 동문들은 승용차를 이용하여 인근에 위치한 두내약수탕 과 건설 중에 있는 춘양목산림체험관을 둘러보고 탄산약수도 한 바가 지씩 마셨다. 이제 고향 서벽은 옛날 모습이 아니었다. 작년 가을 갑 자기 찾아온 태풍으로 서벽1리(골마)가 엄청난 물난리를 당하여 정부 로부터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어 현재까지도 마을입구 하천 확장공 사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곳곳에 음식점이 들어서는 등 앞으로 국립수 목원이 조성되면 우리서벽은 더욱 더 번화한 관광지로 개발될 것이 확 실시되어 옛날 순박한 시골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동문들은 밤 8시경 서벽에서 12Km떨어진 춘양 보디노래방으로 이동하여 20명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중앙 홀에서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었다. 춤도 추고 술도 마시고 어디서 그런 힘이 솟는지 70을 바라보는 나이 에도 지칠 줄 모르고 밤 12시까지 열창이 계속됐다. 이렇게 신명나게 노는 모습을 보노라면 우리 모임은 앞으로도 30년 이상은 계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모임을 위하여 수고하신 오상성 회장과 김용자 총무님 그리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모든 동문들께 감사드리 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