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노인과 아버지를 위한 나라- 노인학 연구가 이돈희 '어린이날'을 만든 사람이 소파 방정환 선생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 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 노인의 날' 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 까? 묻는다면 '노인의 날'이 있는 것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1997년에 우리나라에 노인의 날이 제정되었다. 우리는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나이들고 늙어간다. 그러나 젊었을 때는 이 젊음이 영원하리라 는 착각 속에 산다. 30년간 줄기차게 노인의 날 제정과 노인문제를 연구해 온 집념의 사나 이 이돈희. 이제 환갑을 넘긴 그는 열일곱 소년 때부터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며 노인을 위한 사회 만들기를 호소해 왔다. 젊었을 적 몇몇 사랄들에게 정치인이 되려는 물밑 작업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 선도 받았지만, 시골에서 자란 그는 젊은이들이 노인을 욱박지르고 함 부로 대하고 다락방에 방치하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노인문제에 눈뜨게 되었고, 대학생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노인문제에 인생을 걸게 되었다. 이돈희 회장은 마음의 병이 걸린 어머니와 건축 현장 일로 바쁜 아버 지 때문에 어려서부터 아버지 친구 집에 얹혀 눈칫밥을 먹고 자랐다. 가끔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 돌 섞인 밥을 나눠 먹고 까칠까칠한 턱으 로 볼을 비벼 주고 목욕을 시켜 줄 때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렇게 크 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또래보다 작아서 언제나 달리기 꼴등이었던 그를 운동회 날 업고 달려 결승선에 함께 골인해 준 아버지. 태어나자부터 부모와 함께 살 수 없었던 그는 특히 아버지에 대한 그 리움이 남달랐고 따뜻한 가족을 갖고 싶은바람이 누구보다 간절했다. 아버지날이 제정되기를 오랫동안 주장했던 그는 '어머니날'이 '어버이 날'이 되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노인의 날 행사 자체는 사실 아무 의미가 없어요. 젊은 사람들이 비 록 아직 노인은 아니지만 노인의 입장이 되어보고, 왜 할머니 할아버 지가 하셨던 말씀을 또 하실까? 듣기 싫었던 잔소리의 숨은 의미를 되 새겨 봤으면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앞장서서 노인문화를 생각하며 멋진 아이디어를 내 놓는다면 나이 드는 일이 끝없이 외로운 기차를 타는 현실이 되지는 않겠지요?" "정신은 늙게 태어나지만 점점 젊어진다. 그래서 삶은 슬픈 것이 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나이드는 일은 몸이 기력을 잃는 슬픔 과 성숙한 지혜가 주는 즐거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우리는 모두 살 아 온 시간만큼 넓고 깊어지며 여유있게 늙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는 누려 온 것, 소유한 것, 그리고 살아 온 좁은 삶의 체계에서 비롯 된 교만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유연한 마음 과 절제된 감정을 유지하는 멋쟁이가 되어야 한다. 고령화 사회로 치 닫는 오늘 날, 지혜로운 삶의 즐거움을 만깍히는 노인이 많은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일은 이상에 불과한 것일까. <호친경로사상의 부활을 위하여>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한국노인학 회 이돈희 회장. 그는 십대 후반기부터 자비를 들여가며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세상에 알리고 노인이 공경받고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들자 고 헌신해 왔다. 아버지날을 주창해 어버이날이 되게 만들었으며 구정 과 추석이 연휴가 되도록 하는 일에도 그의 공로가 크다. "노인이 행복한 사회는 젊은이가 앞장서서 노인문화를 생각하는 사회 입니다." 글 / 김윤수, 사진/ 최배문 출처 : www.samsung.co.kr/ together 삼성 사외보 (三星 社外報) 내가 만드는 따뜻한 세상 < 함께 사는 사회> 2008년 11/12 월호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