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흰 서름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로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한양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이 피면 나의 소망이 이루어지고, 모란이 졌을 때 그 소망이 무너
져 삼백 예순 날을 슬퍼하더라도 나는 다시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겠다
는 화자의 '모란'에 대한 애착과 집념은 눈물겨운 것이다. 쉽게 계획
하고, 쉽게 좌절하며, 포기하는 듯한 오늘 우리의 현실 속의 인생들,
그 중에서도 특히 젊은이들에게 이 시는 많은 암시를 주는 듯하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모란'의 상징성이다. 꽃은
아름다움이여, 희망이요, 밝음이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
는 고통과 좌절과 어둠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인간의 삶 자체가 어느
일면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다
양한 모습과 성격을 지닌다.

유미주의 작가인 영랑은 '모란'에서, 그러한 사물의 속성을 통해 인간
이 절망하고 시련에 빠질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발견해 냈을 것이
다. 문학이 현실의 반영이라고 할 때, 일제 강점하에서 이 시가 쓰여
졌다면, 암울하고 어두운 시대 상황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몸부림도 한편으로 느껴지리라.
-발췌

요즈음 人文學(文學, 歷史, 哲學 약칭=文史哲)이 경영계의 교육에 포
함되어 강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경영도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외형이 아무리 화려해도 내부 이익이 없는 기업의 결산
은 바로 찬란한 슬픔입니다. 경영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의 말대로 이
익은 '사업유지비' 즉 種子(seed)입니다. 이것 없이는 다음 해에 농사
를 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80년대에 서울대 윤석철 교수는 산업교육시에 그 다방면의 다식함을
응용해 명강의를 하셨습니다. 톨스토이의 [카츄사]도 등장하고 위의
김영랑의 시를 응용하기도 했습니다.

'찬란한 슬픔의 봄'은 모순어법(矛盾語法Oxymoron)의 표현입니다. '작
은 거인'과 같은 것입니다.

2009년의 봄은 정말이지 모두에게 '찬란한 슬픔의 봄'이 될 수도 있습
니다. 그러나 내년 2010년의 봄은 정녕 '찬란한 봄'이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가슴에는 늘 따뜻한 마음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요 한 가락을 소개합니다.

'가만히 귀대고 들어보면
얼음장 밑으로 봄이 와요
봄이 온다네 봄이 와요
얼음장 밑으로 봄이 와요'

겨울이 지난다고 바로 봄이 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광릉 수목원의
뒷산에는 벌써 사흘만 따뜻하면 필 것 같은 봉우리가 앙상한 가지에
맺혀 있습니다.

봄은 내 마음에 늘 있기에, 제 이름이 바로 元春입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