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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
지난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충격과 '멘붕'에 빠졌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이후 유례없는 강력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2270호)가 채택된지
불과 6개월 만에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하자,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마저 뚜렷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에 외신들은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해 미국과 한국·일본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중국의 협력없이 북한을 고립시켜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압박하는 방안은 효과가 적다는 우려를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중국이 최근 핵실험을 한 북한에 벌을 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Few Expect China to Punish North Korea for Latest Nuclear Test)'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며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미온적인 입장을 지적했다.
나아가 북한이 북중 접경지역에서 핵실험을 단행해 주변민가와 학교들이 진동을 느꼈음에도
정작 중국 국영TV는 단 한 마디의 보도조차 하지 않았음을 상기시켰다.
오히려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석유와 식량을 중국에 거의 100% 가까이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과의 동맹 관계를 저버리거나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어떠한 압력도 행사하지 않을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런민대의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은 중국에 의존할수 없다"며 "중국은 미국보다 북한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중국지도부는 북한이 자국에게 핵무기를 겨누지 않을 것이며, 북한 경제를 지탱할수
있도록 충분한 석유를 제공함으로써 북한 정권을 통제할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방 세계는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대북교역이나 석유 공급 중단과 같은 고강도 제재 조치를 취해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지만 북한은 중국 정부가 석유 공급을 중단해도 러시아 등을 통해 새로운 공급선을 확보할 것이며, 도리어 북한으로 하여금 중국을 적대시하도록 리스크만 높일 뿐이라고 스인홍 교수는 지적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적극적인 제재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한미일 동맹이
아무리 제재와 압박에 나선다 한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화춘잉(華春瑩)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기자회견에서 "북 핵실험은 중국의 책임"이라고 비난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발언을 놓고 "북한 핵문제는 본질적으로
북미 관계에서 비롯된 모순 때문에 기인하며, 따라서 미국이 상응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되레 반박하고 나섰다.
또한 화 대변인은 일방적인 대북제재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대화와 협상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1일 한미일 동맹국이 유엔안보리 차원의 제재 조치 강화 외에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수단과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미국의 경우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 리스트를 추가하고, 제재 명단을 확대하는 등의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북한은 이미 기업의 이름을 바꾸거나 중국 법인으로 위장해 국제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지적이다.
한국과 일본 역시 독자적인 제재안을 검토하겠지만 북한과의 직접 거래가 없는데다, 지난 4차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을 폐쇄함으로써 마지막 남은 카드를 사용해 버린 탓에 이제는 북한에
압력을 행사할 만한 레버리지가 남아있지 않다.
이제 한국과 일본에게 남은 대북 조치는 북한과 거래하고 있는 국가들로 하여금 거래를
중단하거나 단속을 강화하도록 로비를하는 정도에 불과해 효과가 제한적일수밖에 없다는게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과거 햇볕정책이 핵무기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고 비판했지만,
지금은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이 오히려 북한 핵개발을 가속화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까지 총 5번의 북한 핵실험 중 대북 제재가 본격화된 2009년 이후 4차례가 일어났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남북 교역이 전면 중단되고, 개성공단마저 패쇄시킨 상황에서 점점 핵능력을 고도화시켜가는 북한에 대해 우리가 취할수있는 대응수단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국내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체 핵무장론'과 '전술핵 도입'이 북한 핵에 대한 최후의 대응 방안으로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실현가능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그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의 감정적 대응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핵무장을 하겠다는 주장은 글로벌 비핵화 정책을 추진해 온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하겠다는 주장과 같은 것으로
한미 동맹을 근간부터 뒤흔드는 위험한 주장이다.
주한 미군의 전술핵 재도입 주장 역시 미군의 확장적 핵억지력(Extended deterrence)이 제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에 뒤쳐진 무용한 수단일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개발의 명분을 마련해 주는 꼴 밖엔 안된다.
지금 우리가 처한 안보 현실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식이 통하던 과거와는 다르다.
4강 대국과 북한이라는 현실적인 안보 위협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가운데 냉철한 판단과
전략적이고 세밀한 군사·외교적 대응이 필요하지 비현실적인 말장난을 할때가 아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9월 14일 (19:1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