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들이 하반기 공채 일정을 확정했다. 잡코리아가 146개 대기업을 조사했더니 하반기 채용 인원은 작년에 비해 10%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안 그래도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나들며 매달 사상(史上) 최고치를 기록 중인데 대기업 일자리는 더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이 취업문을 닫아 거는 게 야속하지만 불황인 데다 조선·중공업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한창이라 뭐라 하기도 어렵다. 경제구조가 성숙하고 산업 자동화로 경기가 나아져도 대기업이 일자리를 쑥쑥 늘리긴 힘들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대기업에 들어가야 취업에 성공했다고 여기는 풍토다. 청년들이 초임 3000만~4000만원에 달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 공채에 매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분명히 다른 대안들도 존재하고 있다. 이제 창업이나 해외 취업 등은 과거와 같이 대기업 취업 실패자들이 가는 길이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런 대안들이 아예 없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선진국에선 명문대 나온 청년 중 20~30%는 창업을 택한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출신이 창업으로 일군 부(富)가 우리 경제 규모에 육박하고, 스탠퍼드대 출신자들이 창업한 기업들의 총매출은 3000조원이 넘어 프랑스와 맞먹는다. 중국에선 매일 1만 개가 넘는 창업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과 일본도 일자리를 만드는 돌파구와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창업 육성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창업이 취업보다 쉽게 만들겠다"며 전국에 17개 창조혁신센터를 열고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선진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너무나 미미하다. 청년이나 부모가 "사업에 잘못 손대면 패가망신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못 벗어나는 건 은행이 창업자에게 담보부터 요구하고, 대기업이 젊은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행태 때문이다. 이런 구태(舊態)부터 시급히 청산돼야 한다.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는 시도도 더 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29세 이하 해외 청년 취업자는 작년 2352명으로 3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기회에 비해선 터무니없이 적다. 호텔이나 IT 전문 회사, 항공기 승무원 등 다양한 해외 취업이 활성화되면 청년들의 일자리 선택지가 한층 넓어질 것이다. '일자리 = 대기업' 시대는 끝나가고 있고 끝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