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값비싼 토지는 임대하고 아파트 건물만 분양하는 ‘반값 아파트’의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안이 다시 추진된다. 토지와 건물을 함께 매매하는 일반적인 아파트 분양과 달리 토지를 임대 방식으로 공급하면 분양가를 절반 이상 낮출 수 있다. 같은 내용의 법안은 2009년 제정됐지만 지난 19대 국회가 폐지를 결정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조만간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이 법은 아파트를 건물만 팔고 토지는 임대하는 방식으로 공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보통 아파트는 토지와 건물을 함께 분양한다. 서울의 경우 분양가의 절반 이상을 토지값이 차지하고 있어 건물만 분양받으면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 ‘반값 아파트’는 토지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빌리기 때문에 임대료를 내야 한다. 법안에 따르면 토지는 40년까지 임대할 수 있고, 입주자의 75% 이상이 요구하면 임대 기간을 추가로 4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한번 입주하면 평생을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건물이 낡아 재건축을 할 때도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짓도록 하고, 이 경우 기존 입주자에게 우선 입주권을 주게된다.
정부나 지자체는 땅을 그대로 소유한 채 매달 정기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지난해 ‘집쿱’이라는 주택협동조합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총면적 3만1544㎡) 부지를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이 방식으로 전용면적 66㎡의 주택 2000가구를 지으면 서울시는 토지 임대료(공시지가의 연 2%)로 매달 7억2000만원을 벌 수 있다. 건축비를 3.3㎡당 500만~600만원으로 책정하면 입주자들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분양가 1억~1억2000만원에 토지 임대료 월 36만원으로 내 집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과 영국,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보편화됐다”면서 “특히 싱가포르는 전체 주택의 70% 정도가 토지임대부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법안은 2008년 12월 한나라당 의원 172명 모두가 참여해 발의해 이듬해 국회를 통과했다.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이다. 시행 이후인 2010년 12월 서울 강남·서초구에 3.3㎡당 900만원대 아파트가 공급됐다. 주변 시세의 ‘반의 반값’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이 법을 폐지키로 결정했다. 저렴한 택지 확보가 어렵고, 사업비 장기회수에 다른 사업시행자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게 이유였다. 건물만 매매하다 보니 자산 가치가 적어 주택 수요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도 폐지 원인으로 거론됐다. 이에 12일부터 일부 내용을 옮겨 담긴 주택법이 시행되면서 법은 이 법은 폐지됐다. 현재 공급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3개지구 763세대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해 특별법이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한 채 폐지됐다”면서 “주택 투기와 전월세난이 심각한 시기에 국회가 주거악화 해결을 위해 해당법을 조속히 다시 제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