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 의미는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둘러싼 헌법소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선진 대한민국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려는 역사적 결단으로 풀이된다. 상당수 전문가와 국민이 헌재 결정을 지지하고 나선 가운데 재야법조계 등 일각에선 입법을 통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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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 근절 위한 ‘고육지책’
우리나라는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2004년 여야 정치권 불법 대선자금 사건 등 초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부정부패 예방 및 감시 장치를 꾸준히 만들고 개선해왔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터진 전직 검사장의 법조비리, 현직 검사장의 뇌물수수, 대기업의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등에서 보듯 부정부패는 근절되기는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김영란법을 제정한 것은 공무원들의 금품 및 향응 수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날 헌재도 합헌 결정을 통해 ‘부정부패의 발본색원’이라는 대의에 힘을 실어줬다.
실제로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집계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는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조사 대상 168개국 중 37위를 기록했다. 세계 주요국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조사 대상을 한정하면 한국의 CPI는 34개국 중 27위로 최하위권이다. 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CPI가 낮은 나라는 헝가리와 터키, 멕시코 등 6개국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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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은 부정부패 근절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에도 부합한다.
지난 5월 김영란법 시행령 발표 직후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선 국민 10명 중 7명이 김영란법과 관련 시행령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대상자들은 김영란법이 필요한 이유로 ‘부정부패와 비리가 사라질 것’, ‘공무원과 공직사회의 변화가 기대됨’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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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연고주의의 폐단 시정에 기여”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는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학연과 지연, 혈연에 따른 연고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영향을 미쳐 부정부패를 어느 정도 감소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언론과 사학의 자유 위축 우려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사학 관계자나 언론인들이 공직사회와 서로 연결된 부분이 많다 보니 그들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투명성기구 유한범 사무총장도 “합헌 결정으로 법을 차질 없이 시행할 수 있게 됐다”며 “헌재 결정이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더욱 높이고 공직 또는 공적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이 더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는 헌재 선고 직후 낸 성명에서 “김영란법은 언론통제법, 가정파괴법, 국민불통법, 복지부동조장법”이라며 “헌재가 법리적 판단보다 정치적 판단에 치중해 합헌 결정을 한 만큼 이제 국회가 나서 법 시행 전에 조속히 개정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도 “언론·사학 등 민간영역에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고 헌재 결정을 비판했다.
정선형·남혜정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