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기초의회 "피로 쓴 각서".
작성자 황태자 작성일 2016-07-16 오후 5:43:03

경남 의령군의회가 지난 4일 의장을 선출했다. 그러자 선거에서 떨어진 A의원이 `피로 쓴 각서`를 공개했다. 2년 전 전반기 의장단을 선출할 때 자신이 양보하는 대신 후반기 의장을 맡기로 하고 군의원 6명이 작성한 각서다.

이 문서에는 자기들끼리 합의한 7대 의회 전반기와 후반기 의장단 이름이 나열돼 있다. 약속을 위반하면 후반기 의장에게 2억원을 보상한다는 내용과 `혈서 지장`을 찍는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맞춤법에 어긋난 `각서합니다`라는 표현이 헛웃음을 자아내더니 `혈서 지장`까지 등장하니 황당할 따름이다.

그 배경을 따져보면 더 어이없다. 의령군의회 의원은 고작 10명이다. 의장, 부의장 외에 운영위원회·자치행정위원회·건설산업위원회의 상임위원장 3명이 있다. 간부가 5명이다.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이다. 기초의원 임기는 4년인데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임기는 2년이다. 곧바로 계산이 나온다. 10명이 사이좋게 돌아가면 모두 한 번씩 간부 노릇을 해볼 수 있다. 6명이 담합하면 자기들끼리 4년 내내 해먹을 수도 있다.

기초의회 의장을 맡으면 의장실이 제공되고 개인 비서, 운전기사가 따라붙는다. 고급 승용차가 의전차량으로 제공된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매월 200만원 안팎의 업무추진비도 나온다. 아무 조건 없이 양보하기에는 너무 구미가 당기는 자리다. "이번에 양보할 테니 다음엔 나에게 넘겨달라"는 밀약이 2년마다 반복되는 이유다.

기초의회 전반기 2년 임기가 6일 끝나자 전국 방방곡곡에서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놓고 마찰이 빚어졌다. 담합이 없으면 좋은가. 그렇지도 않다. 전체 의원 11명 중에서 5명이 의장후보로 등록해 과열·혼탁을 빚은 곳도 있다. 후반기 임기가 시작됐는데 아직 의장단을 구성하지 못한 기초의회도 한두 곳이 아니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할 때 지자체 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지금은 기초의원들도 1인당 의정비·경비 명목으로 연평균 5000만원을 챙겨간다. 지자체는 빚더미에 올라 있는데 개발정보를 이용한 이권 개입, 무분별한 해외 연수, 파벌 싸움 등 기초의회를 둘러싼 잡음이 요란하다. 아예 기초의회를 폐지하지 않고서는 뿌리 뽑기힘든 작태들이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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