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해오름 달 - 새해 아침에 힘 있게 오르는 달 네가 등을 보인 뒤에 냉이꽃이 피었다 네 발자국 소리 나던 자리마다 냉이꽃이 피었다 약속도 미리 하지 않고 냉이꽃이 피었다
무엇 하러 피었나 물어보기 전에 냉이꽃이 피었다 쓸데없이 많이 냉이꽃이 피었다 내 이 아픈 게 다 낫고 나서 냉이꽃이 피었다 보일 듯 보일 듯이 냉이꽃이 피었다
너하고 둘이 나란히 앉았던 자리에 냉이꽃이 피었다 너의 집이 보이는 언덕빼기에 냉이꽃이 피었다 문득문득 울고 싶어서 냉이꽃이 피었다 눈물을 참으려다가 냉이꽃이 피었다
너도 없는데 냉이꽃이 피었다 보일 듯 보일 듯이 냉이꽃이 피었다
보일 듯 보일 듯이 냉이꽃이 피었다
2월은 시샘 달 -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주셨다 밤새도록 자지 않고 눈 오는 소리를 흰 떡으로 빚으시는 어머니 곁에서 나는 애기 까치가 되어 날아올랐다 빨간 화롯불 가에서 내 꿈은 달아오르고 밖에는 그 해의 가장 아름다운 눈이 내렸다
매화 꽃이 눈 속에서 날리는 어머니의 나라 어머니가 이고 오신 하늘 한 자락에 누이는 동백꽃 수를 놓았다 섣달 그믐날 어머니의 도마 위에 산은 내려와서 산나물로 엎드리고 바다는 올라와서 비늘을 털었다 어머니가 밤새도록 빚어놓은 새해 아침 하늘 위에 내가 날린 방패연이 날아오르고 어머니는 햇살로 내 연실을 끌어올려 주셨다
- 김종해
3월은 물오름 달 - 뫼와 들에 물오르는 달 산은 산으로 좋습니다바람은 바람으로 좋습니다 내가 있어 좋습니다 내가 있어 참 좋습니다.
4월은 잎 새 달 - 물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 돋우는
내 앞엔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놓여 있었고 그대 앞엔 그대가 걸어가야할 길이 놓여 있었네.
그 길이 어디쯤에서 마주칠지 몰라 나는 늘 두리번거렸네.
5월은 푸른 달 - 마음이 푸른 모든 이의 달 누구나 사랑 때문에 스스로 가난한 자가 되게 하소서
누구나 그리운 사립문을 열고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소서
하늘의 별과 바람과 땅의 사랑과 자유를 노래하고 말할 때와 침묵할 때와 그 침묵의 눈물을 생각하면서
우리의 작은 빈 손 위에 푸른 하늘이 내려와 앉게 하소서 가난한 자마다 은방울꽃으로 피어나 우리나라 온 들녘을 덮게 하시고 진실을 은폐하는 일보다 더 큰 죄를 짓지 않게 하소서 정호승
6월은 누리달 -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 차 넘치는 겸손은 자기 자신을 부족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자기의 선행을 자랑삼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사람은 자기 내면을 깊이 파고들수록, 자기 자신은 세상에 아무 가치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선량하고 현명한 사람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점에 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모자라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항상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배우려 하며, 결코 남을 가르치려 들지는 않는다 남을 가르치려 들고 남을 바로 잡아 주고자 하는 사람은 사실은 그 자신의 모자람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을 닮을 필요가 있다. 방해물이 있어도 물은 거침없이 흐른다. 둑이 있으면 물은 흐름을 멈춘다. 둑을 없애면 물은 다시 흘러내려 간다 물은 둥근 그릇이나 네모난 그릇을 따지지 않는다. 물은 여유로우며 활달하기 그지없다 자기 힘을 알도록 노력하라. 힘을 알되 그것이 과소평가될까 두려워 말라. 오히려 과장하여 생각할까 두려워하라. - 톨스토이
7월은 견우직녀 달 - 견우직녀가 만나는 아름다운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아무도 슬프지 않도록그대 잠들지 말아라 마음이 착하다는 것은모든 것을 지닌 것보다 행복하고 행복은 언제나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있나니 차마 이 빈 손으로그리운 이여 풀의 꽃으로 태어나피의 꽃잎으로 잠드는 이여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그대 잠들지 말아라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정호승
8월은 타오름 달 - 하늘에서 해가 땅 위에서는 가슴이 타는 정열의 나의 사랑이 소중하고 아름답듯 그것이 아무리 보잘 것 없이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타인의 사랑 또한 아름답고 값진 것임을 잘 알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나의 자유가 중요하듯이 남의 자유도 똑같이 존중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너 때문이야라는 변명이 아니라 내 탓이야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을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기나긴 인생 길의 결승점에 1등으로 도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억누르기 보다는 비록 조금 더디 갈지라도 힘들어하는 이의 손을 잡아주며 함께 갈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받은 것들을 기억하기보다는 늘 못다준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9월은 열매 달 - 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린 몇 밤, 저 안에 땡볕 한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게다. 대추나무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장석주 10월은 하늘연 달 - 밝달 뫼에 아침의 나라가 열린 사람의 시간은 모두 같습니다만 사람들 마음속의 시간은 저마다 다릅니다사람들이 갖고자 하는 시간은 짧고 사람들이 버리고자하는 시간은 길고 사람들이 맞고자 하는 시간은 더디고 사람들이 피하고자 하는 시간은 빠르게 다가옵니다.시간은 같지만 마음속의 시계는 저마다 다릅니다. 우리가 바꿀수없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단 한줄의 위안은 이것입니다"마음의 시계"를 늦춘다면 행복은 좀더 길게 당신곁에 머물수있을 것입니다.느린날의 행복편지
11월은 미틈 달 -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 무엇을 기르면서 자라거라. 풀이든 강아지든 꽃나무든 아니면 벌레라도 좋다. 무엇을 기르는 사람이면 된단다. 무엇을 기를 때 가져야 할 기다림, 사랑, 다른 것에 대한 마음씀, 대상에 대한 믿음, 상대와의 사이에 놓이는 넉넉한 여유......... 그런 것들 속에서 네가 자라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 아니겠니. 한수산
12월은 매듭 달 - 마음을 가다듬는 한 해의 끄트머리 달 마음이 푸른 모든이들의 달푸른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