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정경희 교수 인터뷰- 국사 교과서, 이렇게 북한 책을 베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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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8월 12일 서울 한극회관 카페 '자유'에서 역사포럼주최 '대한민국은 왜 한국사교과서에서 사라졌는가'라는 주제의 강연회에서 강연하는 정경희 교수. /조선DB |
2013년 10월 역대 국사 교과서의 내용을 모두 분석해 <한국사 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었나>라는 책을 펴냈던 정경희 영산대 교수(전 탐라대 교수)가 이번에는 <한국사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근ㆍ현대사 서술분석>(비봉출판사)를 펴냈다.
첫 번째 책이 나왔을 무렵 필자는 정경희 교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정 교수는 당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알았다면 절대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힘든 작업을 또다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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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0월 <한국사 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었나>라는 책을 펴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정경희 교수가 이번에는 <한국사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교과서 분석 시리즈 2탄을 펴냈다. |
이른바 ‘역사 교과서 파동’은 2002년 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도입된 교과인 『한국 근ㆍ현대사』 교과서 6종이 출간되면서 시작됐다. 정 교수는 7차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출간 이후 계속해서 파행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의 국사 교육을 바로잡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사 교과서 편향의 실상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국사 교과서 편향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모두 18개의 근ㆍ현대사의 주요 주제를 선정했다. 이들 주요 주제별로 역대 교과서들이 교육과정 시기별로 어떠한 서술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비교한 것이다. 이를 통해서 정 교수는 우리 국사 교과서가 언제, 즉 어느 교육과정 시기부터 편향된 서술이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편향적 서술을 해왔는지를 밝히려고 했다.
하지만 역대 교과서 자체만의 비교로는 교과서의 편향된 서술이 얼마나 편향된 것인지 정확하게 밝히기가 어렵다. 따라서 정 교수는 한국 근ㆍ현대사의 주요 주제별로 국사 교과사의 서술을 우리나라의 국사 개설서(이기백의 ‘한국사신론’) 및 북한 역사서의 서술(‘조선통사下’ㆍ‘현대조선역사’)과 비교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 결과를 이번에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번 분석에서는 2013년 검정을 통과해 현재 고등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한 분석도 포함했다.
정 교수는 “역대 국사 교과서 분석 연구의 결과를 종합한 결과 국사 교과서 서술의 편향성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결론으로 요약된다”고 밝혔다.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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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1월 3일 정부가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 하자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선DB |
북한과 유사한 역사 용어와 해석
1. 북한 역사서와의 유사성
국사 교과서는 최근의 교과서로 올수록 역사 용어, 역사 해석 및 기술 방식에서 『한국사신론』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 개설서와는 점점 더 상이(相異)해지고 있으며, 오히려 북한의 역사서인 『조선통사(하)』 및 『현대조선력사』와 점점 더 유사해지고 있다.
1) 역사 용어의 유사성
최근의 교과서로 올수록 북한의 역사 용어와 유사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일제 강점기’라는 용어다. 이 용어는 6차 교육과정까지의 교과서에서는 전혀 사용된 적이 없는 것으로 북한의 한국 근현대사 인식을 대변해주는 북한의 조어(造語)로 해방 이후의 시기를 가리키는 ‘미제 강점기’와 짝을 이루는 용어다. 7차 이후의 교과서 12종 전체가 이 용어를 일제히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의 국사 교과서의 근ㆍ현대사 역사 인식이 북한의 역사 인식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신탁통치 문제에서도 6차 교과서부터 ‘찬탁(贊託)’이라는 용어 대신 ‘모스크바 3국 외상 회의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하였다는 생경한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 표현은 7차 이후 거의 전체에서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모스크바 3국 외상 회의 결정을 열렬히 지지 환영’한다는 북한 역사서의 표현과 별 차이가 없다.
2) 역사 해석의 유사성
동학농민운동의 경우 그 성격에 대해 학계에서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학계 일각에서는 한사코 이를 ‘농민전쟁’으로 파악하려고 애썼다. 최근 몇몇 교과서도 동학농민운동의 항일전쟁으로서의 성격을 지나치리만큼 강조하는데 이는 한국사를 ‘지배/저항’이라는 이분법적 틀로써 해석하는 이른바 ‘민중사학’의 역사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북한 역사학의 연구 성과가 남한 학계에 유입 정착된 것은 비단 동학농민운동이라는 한 사건의 해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근ㆍ현대사 전반에 걸친 것으로 보인다.
독립운동에 대한 서술도 최근의 교과서로 올수록 북한 역사서와 점점 더 유사해진다. 5차 교육과정부터는 여러 형태의 독립운동 중 무장독립전쟁을 강조하기 시작했으며, 6차 교육과정에서 외교적 노력을 독립운동의 범주에서 빼면서 더욱 심화되었고, 7차에서는 무장독립전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주의자 및 공산주의자의 항일투쟁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상세히 기술하는 반면, 미주 지역의 독립운동 및 외교 운동에 대해서는 서너줄로 매우 소략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승만이 펼친 독립운동에는 제대로 서술하지 않으면서 김원봉을 비롯한 공산주의자들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과대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김일성이 관련된 조직의 활동에 대해서도 북한 측 주장대로 과대하게 서술하고 있다.
3) 기술 방식의 유사성
최근 교과서 가운데 일부는 역사 용어와 해석뿐 아니라 기술 방식까지도 북한 역사서와 유사하다. 미국 군정 소련 군정을 대비시키고 있는 대목이 좋은 사례다. 최근의 교과서는 미군정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반면,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에 대해서는 우호적 평가를 한다.
분단의 책임을 이승만 대통령에게 전가
2.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
최근의 일부 교과서는 우리나라 근대사 및 광복, 분단 등 초기 현대사에 대해 북한의 역사 해석과 유사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 그 결과 이들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건국에 대해 부정적 서술로 일관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통성마저 부정하고 있다. 건국(建國)으로 가는 관문이었던 5ㆍ10 총선거에 대해 대부분의 교과서는 ‘5ㆍ10 총선거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민주 보통선거였다’고 긍정적으로 서술했지만, 7차 이후 일부 교과서는 ‘남한만의 총선거였다’며 그 의의를 폄훼한다.
7차 교과서 이후 대한민국의 건국을 ‘정부 수립’으로 격하시키는 서술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 7차 근ㆍ현대사 교과서 6종과 2007년 개정 한국사 교과서 6종 가운데 절반가량에서는 대한민국의 건국과 관련된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남북한에 두 개의 정부가 들어섰다는 인식 아래 쓰인 것으로 대한민국 건국에 대해 부정적인 서술에 불과하다.
3. 이승만 대통령 폄훼
일부 국사 교과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건국에 대한 부정적 서술은 대한민국을 건설한 세력에 대한 조직적 폄훼로 이어진다. 폄훼의 가장 주된 대상은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이다. 7차 금성교과서의 경우, 이승만의 정읍 연설의 내용을 내세워 남북한 통일 정부가 수립되지 못한 책임을 전적으로 이승만에게 지우고 있다. 북한에 독자 정권을 수립한다는 소련의 결정(1945년 9월)은 남한만이라도 임시정부를 조직하자는 이승만의 정읍 연설(1946년 6월) 보다 훨씬 앞선 것임에도 일부 교과서는 이승만이 마치 고의로 분단을 획책한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금성교과서의 경우 북한에서는 친일파가 철저하게 숙청된 반면 남한에서는 친일파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하면서 남북한 친일파 처리 문제를 평면적으로 대비시키고 있다. 이처럼 이승만 정부가 친일파 처리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까닭은 친일파 처리가 미진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승만 정부를 폄훼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건국을 헐뜯으려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최대 업적 중 하나인 농지개혁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독립운동에 관한 기술만 하더라도 이승만이 중심이 된 미주지역 외교독립운동의 성과는 무시되거나 폄훼된다. 오리지 무장투쟁, 특히 사회주의자의 무장투쟁에 초점이 맞추어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금성 한국 근현대사와 2010년 검정 삼화 한국사 교과서는 독립운동 노선 중 이승만의 외교적 노선을 ‘미련한 꿈’으로 일축하고 폭력혁명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는 문건을 수록하는 등, 이승만 깎아내리기에 몰두한다. 교과서에서 이러한 서술이 이루어지는 까닭은 최근의 교과서 집필자 가운데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여기는 이른바 ‘민중사학자‘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건국을 비방할 가장 좋은 방법은 대한민국을 건국한 초대 대통령을 비방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에 대해 '독재' 표현 13회, 북한에 대해서는 전무(全無)
4. 반미(反美) 성향의 증대
최근 교과서의 반미 성향은 한반도 분단에 관한 서술에서 잘 드러난다. 7차 교과서 및 2010년 검정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일부는 한반도 분단에 대해 미ㆍ소공동의 책임으로 보는 기존의 교과서와 달리 분단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고 있다.
7차 이후 최근의 교과서는 한반도 분할 점령을 제안한 당사자가 미국이라는 내용을 강조함으로써 분단 요인을 미국의 책임론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이러한 서술의 문제점은 소련군이 북한에 진주하자마자 38선을 봉쇄하여 한반도를 분단의 길로 몰아넣은 데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미군이 서울에 들어오기 이전에 이미 소련군에 의해 실질적인 분단 상태에 들어가 있었다.
또한 국사 교과서는 근래로 오면서 미군정기의 정치적 무질서와 혼란을 강조하면서 미군정 전반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7차 교과서 이후부터는 미국의 원조가 한국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기여했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런 기술을 하지 않거나, 또는 미국의 원조가 오히려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서술하고 있다.
5. 친북(親北) 성향의 증대
역대 국사 교과서 분석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또 다른 사실은 최근의 교과서로 올수록 현대사 서술에서 친북 성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7차 교과서부터는 남북한의 역사에 대해 이중의 잣대를 들이대, 남한의 역사에 대해서는 폄훼하거나 무조건 비판하면서 북한의 역사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서술하는 경향이 본격화되었다.
최근의 친북적 성향은 6ㆍ25 전쟁 이후의 현대사 서술에서 두드러진다. 7차 이후의 일부 교과서는 전쟁 중 국군에 의해 이루어진 민간인 희생을 ‘학살’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부각시킨다. 이들 교과서는 국군과 미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거창 사건과 노근리 사건에 대해서는 상세히 서술하고 있지만, 6ㆍ25 전쟁 중 적의 만행에 대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7차 교과서 6종 가운데 ‘납북’을 다루고 있는 교과서는 단 하나도 없다. ‘인민재판’, ‘납북’ 같이 대한민국의 전쟁 피해를 나타내는 용어의 사용을 꺼리면서, 남한과 북한 중 누가 피해자인지 알 수 없는 용어인 ‘학살’, ‘처형’ 등의 표현을 쓰고 있다.
남북한의 정치 체제에 대한 서술에서도 친북 성향이 드러난다. 7차 이후의 교과서에서 김일성 체제가 ‘독재 체제’라고 서술하는 교과서는 몇 종 안된다. 상당수의 교과서가 ‘김일성 중심의 통치 체제’, ‘김일성 유일 체제’ 등 전혀 체제 명이라고 볼 수 없는 명칭으로 김일성 체제를 부르고 있다.
금성 한국 근ㆍ현대사의 경우 건국 후 1987년 6월 항쟁에 이르는 약 40년간 우리나라 정부에 대해서 ‘독재’라는 표현을 모두 13회 사용하고 있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다. 7차 이후 김일성 체제에 대해서 ‘독재’나 ‘세습’ 체제라는 표현은커녕 김정일의 권력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북한이 내놓은 주장 그대로 ‘후계 체제’라 부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마저 부정하는 역사 교과서 탄생
결어
우리나라 현대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불과 반세기 만에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이룩했기 때문에 세계사에서 그 유례가 없는 성공한 역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1980년대 중후반 이후, 해외의 수정주의 해석 및 북한 역사학의 유물론적 해석을 추종하는 좌파 민중사학자가 등장하면서 우리나라의 근ㆍ현대사를 수치와 죄의 역사라고 폄훼하는 ‘부정의 역사관’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근ㆍ현대사를 해석하되 투쟁과 갈등만을 강조하여 종국에는 대한민국 정통성마저 부정하는 교과서가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국사 교과서는 일반 개설서와 달리 국민교육, 후세교육을 위해 만들어지므로 투쟁과 갈등보다는 단결과 통합의 측면에서 서술되어야 하며, 그 나라의 정통성을 긍정적으로 부각시켜한다.
특히 대한민국 건국 전후의 역사인 한국 근ㆍ현대사는 자라나는 미래세대의 국사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 요인이 되므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서술되어야 한다. 이것이 최근에 일부 한국사 교과서에서 드러나는 편향성을 바로잡는 동시에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제대로 된 한국사 교과서가 만들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