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영화 '인턴'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
작성자 박찬원 작성일 2015-11-01 오후 11:17:24

20대가 영화 '인턴'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

“Thank you South Korea!(감사해요, 한국!)”

영화 ‘인턴’의 감독 낸시 마이어스가 지난 10월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한국의 ‘인턴’ 흥행은 이례적이다. 영화는 개봉 5주차인 10월 20일 현재에도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다. 누적 관객 수는 287만여명으로,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개봉 국가 중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이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도 놀랄 정도이니 할 말 다했다. 특히 뒷심이 무섭다. 9월 24일 개봉 첫 주에는 존재감이 없다가 서서히 흥행 역주행을 시작하더니 10월 첫주에 1위에 올라섰다. 할리우드 대작 ‘마션’이 개봉하면서 정상에서는 물러났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20대가 영화 '인턴'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
재미있는 건 20대 관객이 압도적이라는 사실. CGV 홈페이지의 영화예매율을 보면 ‘인턴’의 20대 예매율이 무려 51%에 달한다. 이 정도면 역대급 쏠림이다. 2~5위를 차지한 30대(29.8%), 40대(15.5%), 10대(3.6%)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마션’ 예매율과 비교하면 쏠림현상이 더 와 닿는다. 마션의 경우 예매율 1~2위를 차지한 20대(39.7%)와 30대(35%)가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한국인, 특히 한국 젊은이들이 영화 ‘인턴’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일단 ‘인턴’이라는 제목 자체가 청년실업이 극에 달해 ‘인턴 전성시대’인 한국의 시대상과 딱 맞물린다. 그보다 더 중요한 흥행 요소가 있다. 바로 ‘70대 인턴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의 파워다. 벤은 ‘멋지게 나이 드는 법’의 화신 같은 존재다. 영화 속 로버트 드 니로는 친근하면서도 근사하고 품위 있다. ‘노인도 저렇게 멋있을 수 있구나’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벤은 노인들에게는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웰 에이징’의 롤모델이고, 젊은이들에게는 ‘내 주변에도 저런 노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노인 멘토의 로망이다.

현실은 어떤가. 기자가 이 영화를 본 후 첫 반응은 “에이~ 저런 노인이 세상에 어딨어?”였다. 다른 관객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심지어 이 영화의 장르를 ‘판타지’로 분류한 관객도 있었다. 한국의 현실에는 벤 같은 노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관람객의 댓글을 보면 한국 관객이 ‘인턴’에 열광하는 이유가 보인다.

댓글 중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힐링’, 그 다음은 ‘훈훈함’ ‘위로’ 순이었다. 멋지게 나이 든 할아버지 벤이 한국의 젊은 관객들에게 남긴 선물이다. “우리가 나이 들었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영화”(영화인),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좋았어요. 잔잔하게 힐링되고 웃을 수 있는 영화. 제 인생영화 건져갑니다.”(김광어), “내 주변에도 벤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끄아꽁), “나도 벤 같은 시니어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mi**yam1) 등 감동의 댓글 일색이다.

“정말 간절히 벤처럼 늙고 싶다”는 제목으로 후기를 남긴 관객(apm06223jp)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불혹을 넘기면서 두려워지는 건 나이만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나이는 벼슬도 훈장도 아닌데 말이다. 나보다 어린 사람을 존중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젊었을 때 듣기 싫어했던 ‘내가 그 나이 때는~’ ‘내가 몇 살인데?’ 식으로 말하게 될까 두렵다. 잘 늙지 못할까봐 두려워지기 시작한 요즘, 벤 정도는 아니어도 괜찮게 나이를 먹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영화다.”

한국의 현실을 반영한 슬픈 후기다. ‘괜찮게 나이 먹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영화’라는 말은 뒤집어 말하면, 괜찮게 나이 먹은 사람이 없는 현실을 역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30대 CEO 줄스는 시간 절약을 위해 회사 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영화 '인턴' 스틸컷
30대 CEO 줄스는 시간 절약을 위해 회사 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영화 '인턴' 스틸컷
지적질, 가르침 금지

영화 ‘인턴’에서 벤의 역할을 보자. ‘인턴’은 일중독 30대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 분)의 회사에 경험 많은 70세 인턴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 분)가 입사하면서 겪게 되는 잔잔한 드라마다. 벤은 3년 전 한 살 아래의 아내를 떠나보낸 후 삶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시니어 인턴’에 지원한다. 회사는 온라인 패션몰 ‘어바웃 더 핏’. 회사로서도 65세 이상 시니어 인턴 채용은 최초다. 그마저도 신생회사로서 이미지 홍보를 위한 수단일 뿐, 시니어 인턴에 크게 기대하는 바는 없다.

이 영화를 만든 낸시 마이어스는 67세의 여성 감독이다. 노인 세대에 접어든 그는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에게 느끼는 불편함을 기막히게 잘 안다. ‘왓 위민 원트’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로 섬세한 연출력을 과시한 감독답게 이 영화에서도 섬세한 연출력이 빛난다. 젊은이들이 어떤 노인을 싫어하고, 어떤 노인을 존경하고 따르는지 벤의 말과 행동을 통해 펼쳐 보인다. <②편에 계속>
김민의 주간조선 기자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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