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壽(장수)가 축복이 되지 못하는 시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인구의 평균수명이 28세였다. 인류의 평균 수명은 이후에도 잘 늘어나지 않아 1900년에 가서야 고작 33세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질병과 기아 등이 수명연장에 계속 큰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는 이 수치가 48세로 빠르게 늘어났다. 항생제 발명 등 의학이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농업혁명 등 식량증산, 저개발국가의 수도시설 확충과 위생환경 개선 등에 힘입어 2005년에는 65.6세로 크게 늘어났다. 앞으로도 인류의 평균수명은 의학 기술의 진보와 신흥경제 국가들의 생활환경 개선 등으로 2030년경에는 85세(미국의 여성 기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류 수명의 증가 현상은 기본적으로는 반가워할 것이지만 필연적으로 수반될 인구구조의 고령화 현상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러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선진공업국들이 겪고 있는 저성장 기조에는 고령화 현상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명 증가로 고령인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경제활동참가율이나 노동 공급이 비례해 늘지 않고 있어 경제성장률이 정체돼 있는 것이다.
반면, 연금이나 노인 관련 보건 및 의료비용이 크게 늘고 있어 이들 국가의 재정은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남유럽 국가 등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국가부도의 한계 상황에 몰려 있다.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보다도 빠른 고령화 속도로 2010년대 후반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비중이 14~20%)에 진입하고, 2020년대 중반에는 초고령 사회(동 인구비중이 20% 이상)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2000년 남녀 각각 6%와 10%에서 2050년 각각 31%와 38%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결과, 현재는 생산가능 인구 100명이 노인 15명을 부양하는 구조이나 2060년경에는 100명이 80명을 부양하는 구조가 되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젊은 세대에게서 거둔 연금수입이나 의료보험료로 노령세대의 부양을 감당할 수 없으며 결국 국가재정이 짊어져야 할 짐이 갈수록 더 커짐을 의미한다. 이미 작년까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빨간 불이 들어온 국가재정의 앞날이 더욱 어두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가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검정한 결과, 2033년까지는 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 증가분을 갚을 수 있지만 이후부터는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다”고 밝힌 바 있다. 얼마 전 정부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유사·중복 복지사업 통폐합 등 올해 복지재정을 3조원가량 감축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를 두고 ‘복지공약 후퇴’라는 정치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경상남도의 무상급식중단의 사례에서 보듯 시작은 쉽지만 축소나 폐지는 거센 저항에 직면하는 복지의 특성상 이런 복지재정 ‘다이어트’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만 한다. 요즘 경기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새정부 출범 직후에 비해 많이 약해진 상태에서 정부가 이런 행보를 취하는 것은 국가재정이 처한 현실과 미래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모쪼록 이 나라의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이와 같은 결단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김경원디큐브시티 대표·前CJ경영연구소장 alexkkim7@gmail.com/ 이코노미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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