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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제대로 된 직장에서 일하는 친구가 별로 없다.`
`생계를 어떻게 꾸려갈지 막막하다.`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50ㆍ60대 우리들의 실상이다. 최근 장년층 취업자가 많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이를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연령차별이라는 벽 앞에서 장년층의 대부분은 저임금의 비정규직 일자리에 재취업하고 있다. 문제는 재취업 일자리에서 얻는 임금이 생계비 수준을 밑돈다는 점이다.
한국의 장년층 고용 문제는 베이비부머의 고령화와 맥을 같이한다. 미국과 일본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지만 한국은 그 정도가 훨씬 어렵다. 그 이유는 베이비부머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베이비부머는 이전 세대에 비해 30~40% 더 많지만 한국은 무려 62%나 더 많다. 또한 미국과 일본은 연금과 같은 사회안전망이 잘 갖추어진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한것도 하나의 이유다.
장년층의 취업난은 단지 생계의 어려움에 그치지 않는다. 장년층의 건강과 가족 사이의 갈등도 중요한 문제다. 자녀들의 학비나 결혼비용을 부모가 책임지는 우리 사회에서 은퇴후 대책이 막막한 장년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건강악화로 흔히 나타난다. 또 퇴직후 가족관계가 악화되어 심하면 이혼까지로 이어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무엇보다 장년층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직장에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얼마 전 60세 정년 보장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다행스럽다. 이 법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정년 연장으로 인한 기업의 임금부담 상승과 인사 적체의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자체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 임금 및 인사제도 개편을 지원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다. 재취업 일자리 질이 낮은 것도 해결돼야 할 과제다. 장년층의 대부분은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생산성이 낮은 중소기업에 재취업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장년층 고용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초점이 청년과 장년층 둘 모두 균형있게 맞추어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장년층의 정년 연장과 고용 증가가 청년취업난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유럽 선진국의 경험은 장년층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 사이의 경쟁관계가 근거 없는 가정임을 보여주었다. 청년실업난을 완화하기 위해 장년층의 조기 퇴직을 유도하였지만 정부 재정부담의 증가와 청년실업 문제의 실패로 귀결되었다. 이에 65세이후로 정년을 늦추거나 미국처럼 정년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최근의 유럽 추세다.
유럽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들여다보면 장년층 고용연장이 청년의 신규 채용을 억제하고 젊은 피의 수혈을 통한 기업의 활력 강화에 부정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아버지와 아들이 일자리를 둘러싸고 경쟁할 때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좋을까 하는 의문이다. 우리네 아버지의 대부분은 아들에게 양보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경제적으로 판단하면 아버지의 실직에 따른 파급 효과가 더 크다. 청년취업난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희망하는 좋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다. 20대 후반으로 가면서 대부분의 청년은 기대수준을 낮추어 취업을 한다. 반면 아버지의 실직은 가족 모두에게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노후생활 전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청년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장년층에게는 그럴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이것이 장년층 고용대책을 더 이상 늦출수 없는 이유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