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시복미사 참여 강지형·김향신 부부]
16일 광화문서 두 딸과 예물 봉헌, 신학생 아들은 服事로 미사 참여 첫 손님·첫 금요일 매출 전액 기부… 벼룩시장 열고 네팔에 옷도 보내 "미사 위해 평생 처음 한복도 샀죠"
단칸방을 14번이나 옮겨 다녔던 가난한 신혼 시절에도, 부부는 성모상 아래에 이웃을 위해 쓸 돈을 따로 모아두곤 했다. 찻집과 카페를 연 뒤엔 매일 첫 손님이 낸 커피값, 매달 첫 금요일의 하루 매상 전액을 고스란히 기부해 왔다. 가게 벽에 '들어오는 분이 바로 그분이시다'라고 써붙여 놓고, "예수께 대접하는 마음으로 커피를 내려 손님을 대접한다"는 부부.30년 가까이 이웃 사랑을 실천해온 강지형(58)·김향신(56)씨가 둘째 딸 예은과 셋째 딸 세은이와 오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순교자 124위 시복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예물(영성체에 쓸 포도주와 빵)을 봉헌하게 됐다. 일반 미사에선 남녀 신도 각 한 명이 예물 봉헌을 맡지만, 이번 시복 미사에선 "가톨릭 가족이 봉헌토록 해달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에 따라 방한준비위가 강씨 가족을 선정한 것이다. 남편의 세례명은 요셉, 아내의 세례명은 마리아. 그야말로 '성(聖)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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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서울 광화문 순교자 124위 시복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예물을 봉헌하는 강지형·김향신 부부가 서울 성북동에서 운영하는 카페 ‘죠셉의 커피나무’에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웃고 있다. /이태훈 기자
"큰딸(31) 결혼식 때도 빌려 입었었는데, 이번 시복 미사를 위해 처음 온 가족이 한복을 샀어요. 어제는 동네 마트에서 화장품도 사왔네요." 8일 부부가 운영하는 서울 성북동의 커피 맛 좋기로 소문난 카페 '죠셉의 커피나무'에서 그들을 만났다. 둘 다 "아직도 가슴이 두근댄다. 믿기지 않아 볼을 꼬집어 보기도 했다"며 활짝 웃었다. 이번 시복 미사에서는 가톨릭 신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복사(服事·사제의 미사 진행을 돕는 봉사자)를 선다. 큰딸 외에 온 가족이 시복 미사에 참여하는 것이다.강씨 가족의 이웃 사랑은 생활의 일부다. 부부는 첫아이를 낳고 세례받은 1983년부터, 주변에 물어가며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다녔다. 부인 김씨는 "우리도 가난했지만 먹을 쌀은 있었다. 돌아보면 늘 우리보다 가난한 이들, 쌀 없고 연탄 떨어진 이들이 있었다"고 했다. "연탄 떨어진 집이 있다기에 찾아간 날엔, 아기 엄마가 '남은 연탄이 한 장뿐인데 불구멍을 이렇게 열어놓으면 어쩌느냐'며 야단치는 거예요. 앞을 못 보는 분이라 발소리가 나니 내가 자기 아이인 줄 알았던 거죠. 길에서 허리춤에 붉은 노끈으로 쌀 봉지를 묶고 가시는 할머니를 만나 따라가기도 했어요. 하반신 불구인 아들을 먹이려고…. 얼른 쌀을 사다 넣어 드렸죠."매일 첫 테이블 수익과 매월 금요일 매출 전액 기부는 1988년 인사동에서 전통 찻집을 시작할 때부터 계속해 왔다. 네팔이나 방글라데시 아이들에게 옷가지나 학용품도 모아 보냈다. 2009년 지금의 성북동 카페를 연 뒤엔, 한 해 7~8차례 기아돕기 벼룩시장을 열어 매출 전액을 기부한다. 벼룩시장 여는 날 카페 주차장은 주민과 단골손님들이 물건을 가져와 팔고, 알음알음으로 재주 있는 사람들이 모여 공연도 벌이는 동네 잔치 마당이 된다.남편 강씨는 "지지난달에 연 25번째 벼룩시장에선 170만원을 모아 카리타스(가톨릭 원조기구)에 보냈다"고 했다. 부인 김씨는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게 쉽지 않은 걸 알면서도 벼룩시장을 여는 건 가난하고 덜 가진 사람도 마음만 내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우리 가족도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 기르면서 할 수 있는 만큼 돕습니다. 다른 가족들도 좋은 일 시작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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