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시복미사 참여 강지형·김향신 부부]
작성자 박찬원 작성일 2014-08-10 오전 12:34:00

[교황 시복미사 참여 강지형·김향신 부부]

16일 광화문서 두 딸과 예물 봉헌, 신학생 아들은 服事로 미사 참여
첫 손님·첫 금요일 매출 전액 기부… 벼룩시장 열고 네팔에 옷도 보내
"미사 위해 평생 처음 한복도 샀죠"

단칸방을 14번이나 옮겨 다녔던 가난한 신혼 시절에도, 부부는 성모상 아래에 이웃을 위해 쓸 돈을 따로 모아두곤 했다. 찻집과 카페를 연 뒤엔 매일 첫 손님이 낸 커피값, 매달 첫 금요일의 하루 매상 전액을 고스란히 기부해 왔다. 가게 벽에 '들어오는 분이 바로 그분이시다'라고 써붙여 놓고, "예수께 대접하는 마음으로 커피를 내려 손님을 대접한다"는 부부.

30년 가까이 이웃 사랑을 실천해온 강지형(58)·김향신(56)씨가 둘째 딸 예은과 셋째 딸 세은이와 오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순교자 124위 시복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예물(영성체에 쓸 포도주와 빵)을 봉헌하게 됐다. 일반 미사에선 남녀 신도 각 한 명이 예물 봉헌을 맡지만, 이번 시복 미사에선 "가톨릭 가족이 봉헌토록 해달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에 따라 방한준비위가 강씨 가족을 선정한 것이다. 남편의 세례명은 요셉, 아내의 세례명은 마리아. 그야말로 '성(聖) 가정'이다.


	오는 16일 서울 광화문 순교자 124위 시복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예물을 봉헌하는 강지형·김향신 부부가 서울 성북동에서 운영하는 카페 ‘죠셉의 커피나무’에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웃고 있다
오는 16일 서울 광화문 순교자 124위 시복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예물을 봉헌하는 강지형·김향신 부부가 서울 성북동에서 운영하는 카페 ‘죠셉의 커피나무’에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웃고 있다. /이태훈 기자
"큰딸(31) 결혼식 때도 빌려 입었었는데, 이번 시복 미사를 위해 처음 온 가족이 한복을 샀어요. 어제는 동네 마트에서 화장품도 사왔네요." 8일 부부가 운영하는 서울 성북동의 커피 맛 좋기로 소문난 카페 '죠셉의 커피나무'에서 그들을 만났다. 둘 다 "아직도 가슴이 두근댄다. 믿기지 않아 볼을 꼬집어 보기도 했다"며 활짝 웃었다. 이번 시복 미사에서는 가톨릭 신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복사(服事·사제의 미사 진행을 돕는 봉사자)를 선다. 큰딸 외에 온 가족이 시복 미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강씨 가족의 이웃 사랑은 생활의 일부다. 부부는 첫아이를 낳고 세례받은 1983년부터, 주변에 물어가며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다녔다. 부인 김씨는 "우리도 가난했지만 먹을 쌀은 있었다. 돌아보면 늘 우리보다 가난한 이들, 쌀 없고 연탄 떨어진 이들이 있었다"고 했다. "연탄 떨어진 집이 있다기에 찾아간 날엔, 아기 엄마가 '남은 연탄이 한 장뿐인데 불구멍을 이렇게 열어놓으면 어쩌느냐'며 야단치는 거예요. 앞을 못 보는 분이라 발소리가 나니 내가 자기 아이인 줄 알았던 거죠. 길에서 허리춤에 붉은 노끈으로 쌀 봉지를 묶고 가시는 할머니를 만나 따라가기도 했어요. 하반신 불구인 아들을 먹이려고…. 얼른 쌀을 사다 넣어 드렸죠."

매일 첫 테이블 수익과 매월 금요일 매출 전액 기부는 1988년 인사동에서 전통 찻집을 시작할 때부터 계속해 왔다. 네팔이나 방글라데시 아이들에게 옷가지나 학용품도 모아 보냈다. 2009년 지금의 성북동 카페를 연 뒤엔, 한 해 7~8차례 기아돕기 벼룩시장을 열어 매출 전액을 기부한다. 벼룩시장 여는 날 카페 주차장은 주민과 단골손님들이 물건을 가져와 팔고, 알음알음으로 재주 있는 사람들이 모여 공연도 벌이는 동네 잔치 마당이 된다.

남편 강씨는 "지지난달에 연 25번째 벼룩시장에선 170만원을 모아 카리타스(가톨릭 원조기구)에 보냈다"고 했다. 부인 김씨는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게 쉽지 않은 걸 알면서도 벼룩시장을 여는 건 가난하고 덜 가진 사람도 마음만 내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가족도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 기르면서 할 수 있는 만큼 돕습니다. 다른 가족들도 좋은 일 시작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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