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평양냉면, 어디서 먹지?
면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서울 평양냉면 투어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차가운 육수에 부드러운 면발이 매력 있는 평양냉면 생각이 간절하다. ‘냉면은 그래도 겨울’이라고도 하지만, 냉장고라는 현대 문명의 이기 덕분에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은 없어서는 안 될 여름의 오아시스다. 면식(麵食)전문가 정정옥 선생과 블로거 등 20~80대로 구성된 평가단들이 서울시내 평양냉면 전문점 12곳을 찾았다. 그들이 각자 느끼고 맛 본 이야기를 모았다.
평양냉면 ‘4대 천왕’
<우래옥><봉피양><삼도갈비><정인면옥>으로 압축돼
평양냉면은 연세 지긋한 분이나 고향이 북녘인 어르신들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젊은 층에게도 나름 신선한 팬층을 확보해가고 있다. 평양냉면은 그 첫 맛이 밋밋하고 순한 맛이 강하다 보니, 대부분 한 번만 먹어서는 맛을 알기 어렵다. 제대로 알려면 여러 번 먹어보고 배워야 하는 음식이다. 면 전문가 정정옥(80세) 씨의 설명에 따르면, 신선한 메밀로 메밀 향이 잘 우러나는 면발과 ‘깊이감’ 있는 육수, 잘 담근 동치미나 백김치 같은 김치류의 세가지 맛이 균형을 이루는 게 진정한 평양냉면이라고 한다.
제 아무리 유명하고 맛있다는 평양냉면 집이라도 개인 기호에 따라 호 불호가 극명하게 나뉜다.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누군가의 입에 맛있어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맛일 수도 있다. 그만큼 맛이 섬세하고 까다롭다.
<우래옥>과 <봉피양> 등 전통 있는 평양냉면 앞에서는 ‘역시나’라는 반응이었고 개성 강한 평양냉면에서는 각각의 반응이 다양했다. 또한 <삼도갈비>와 <정인면옥>과 같이 새롭게 등장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푸짐한 평양냉면 앞에서는모두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특히 가격 대비 만족도에서 <정인면옥>과 <삼도갈
비>가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면 마니아들은 비싼 가격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며 평양냉면 가격은 1만원 미만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메밀 함량이 높고 부드러운 면발, 진한 육향이 느껴지는 육수와 풍성한 고명 앞
에서는 모두 맛있다고 느꼈다. 냉면 한 그릇에도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좌에서 우로) 봉피양, 강서면옥, 삼도갈비, 평양냉면
면·육수·지단 삼박자 갖춘 화려한 귀족 스타일
방이동 <봉피양>
고급스럽고 화려한 평양냉면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눈에 봐도 화려한 담음새로 유기그릇에 푸짐하게 내온다. 얼갈이 절임, 무절임, 달걀지단 고명 등이 화려하고 짜임새 있게 올라갔다. 육향 진한 국물, 메밀 함량 높은 면과의 균형감이 좋다. 냉면만 먹으면 헛헛할까 봐 냉면만 단품으로 먹을 경우 제육 두 점씩 제공한다. 메밀 향을 진하게 느끼고 싶다면 순면을 추천한다(평양냉면 가격 1만2000원)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즐기는 단순 명쾌한 육수
신사동 <강서면옥>
강남의 오래 된 냉면 전문점이다. 노천카페 비슷하게 테라스에 앉아서 단정한 유기그릇에 담겨 나오는 평양냉면을 맛볼 수 있다. 마치 우아한 카페 같은 분위기가 다른 냉면 전문점과 다르다. 냉면 담음새부터 고명도 배, 오이, 달걀, 수육이 올라간 모양이 고급스럽다. 육수 맛은 첫 맛부터 강하고 진한 편으로 단순 명쾌하다. 면의 메밀 향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새콤달콤한 열무와 김치를 곁들여 먹는 게 이 집 냉면의 특징이다(평양냉면 가격 1만2000원).
균형 갖춘 맛, 평양냉면계의 신흥 강자
역삼동 <삼도갈비>
가장 최근 평양냉면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신흥강자다. 다양한 시도 끝에 모든 세대에게 인정받을 만한 맛을 낸다. 유기그릇에 풍성하게 담은 모양새가 제법 근사하다. 적당히 잘 쓴 메밀 면, 육향 진한 국물, 넉넉히 올라간 수육과 아작하게 절인 오이와 잘 익은 무와 배추김치의 균형감이 매력적이다. 그대로 먹어도 좋고, 고기를 먹고 냉면을 먹는다면 물김치를 더 청해서 같이 넣어 먹어도 별미다. 선육후면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고기 후식냉면도 양이 제법 푸짐하고 같은 품질이어서 만족도가 높다(평양냉면 가격 1만원).
친절하고 소박한 분위기의 저렴한 서민냉면
제기동 <평양냉면>
고급스럽게 포장 된 평양냉면들과 정반대인 시장통의 저렴한 서민냉면집이다. 연세 지긋한 순박한 노부부가 만들어낸다. 소박하고 부담 없는 가격과 친절한 분위기가 정겹다. 메밀 함량이 높은 부드럽고 연한 면발은 아니고 면발이 차지고 도톰한 편이다. 가격에 비하면 국물은 진하다. 평양냉면치고 전체적으로 간간한 편이지만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김치가 들어간 만두와 녹두지짐이 곁들이로 제법 먹을만하다(평양냉면 가격 7000원).
(시계방향으로) 우래옥, 서북면옥, 평양면옥, 정인면옥
다양한 연령대를 만족시켜주는 평양냉면의 명가
주교동 <우래옥>
평양냉면 선호도 면에서 다양한 연령대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는 집이다. 식전 한 모금 마시는 뜨거운 면수가 구수하다. 냉면집으로는 드물게 하얀 도자기 그릇에 냉면이 나오는 모습부터 꽤나 우아하다. 메밀 함량 높은 부드럽고 날씬한 면발, 육향 깊은 육수, 소복하게 얹은 채 썬 배, 드문드문 올라간 쪽파의 풋풋한 향, 얇게 저민 수육, 하얀 백김치 고명 등이 풍성하면서도 조화롭다. 반찬으로 나오는 샐러드 같이 배추 겉절이도 매력 있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투어 참가자들에게 고른 만족도가 나온 집이다(평양냉면 가격 1만2000원).
쫄깃한 면발과 저렴한 가격의 오래된 냉면집
구의동 <서북면옥>
1968년도 개업한 오래 된 평양냉면집이지만, 여느 집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그만의 단골손님들이 많다. 여름철이나 주말 점심시간에는 낯 모르는 사람과 냉면을 먹는다는 공통분모 하나만으로 합석해서 냉면을 겸상해 먹기도 한다. 메밀 향 진한 부드러운 냉면이 아닌 쫄깃한 면발이 이 집만의 개성이다. 차진 면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면이나 함흥냉면처럼 가위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 냉면 국물에 식초와 겨자를 살짝 더해 먹어도 좋다(평양냉면 가격 7000원).
오래된 ‘평양냉면’들의 모체, 비빔냉면은 호평 받기도
장충동 <평양면옥>
다른 평양냉면 집들의 모체가 될 만큼 오래 된 집이다. 메밀을 자가 제분하여 사용하다 보니 면수가 먼저 나온다. 메밀 향은 강한 편은 아니고 은은하며 면발은 부드럽고 차지다. 육수 첫 맛은 밋밋하고 심심한 듯 하나, 먹다 보면 매력이 있다. 면발과 육수의 균형감이 은은하고 부드럽다. 평양냉면을 논함에 있어서 비빔은 열외로 보기도 하지만, 젊은 층에게는 의외로 비빔도 맛있게 느껴진다. 보통 냉면의 고명으로는 소고기 수육 한 가지 정도만 올려주지만, 여기는 돼지와 소고기 수육을 동시에 올려준다(평양냉면 가격 1만1000원).
가격대비 맛과 서비스 우수, 평양냉면 초보에게 권할 만
여의도동 <정인면옥>
<오류동 평양면옥>에서 갈라져 나와, 최근 광명에서 인기를 끌다 여의도로 입성한지 얼마 안된 곳이다. 오래된 냉면집들에 비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이나 냉면가격은 비교적 저렴하다. 평양냉면을 잘 모르는 젊은 층이 부담 없이 평양냉면을 처음 맛보기에 좋은 집이다. 커다란 보온병에 면수를 담아 냉면을 먹기 전 한 잔씩 내준다. 스테인리스 스틸 그릇에 넉넉히 내오는 면은 메밀 함량이 높고, 국물은 은은하니 구수한 편이다. 비빔면은 젊은 여성들이 선호할 스타일이다(평양냉면 가격 8000원).
면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서울 평양냉면 투어

(좌에서 우로) 필동면옥, 만포면옥, 평양면옥, 을밀대
투명한 육수에 차진 면발의 전통 있는 냉면집
필동 <필동면옥>
‘의정부 평양면옥’ 계열로 오랜 전통을 갖고 있어 단골이 많다. 면의 메밀 향은 약한 편이고, 전분기 많은 면발이 얇고 탱글거린다. 평양냉면치고 차진 식감을 낸다. 고기를 다양하게 쓴듯한 고기향 나는 육수는 아주 맑고 투명하다. 냉면 위에 살짝 고춧가루를 뿌리고 송송 썬 파가 올라가며 돼지고기와 소고기 편육이 고명으로 동시에 올라가 개성 있고 풍성하게 느껴진다(평양냉면 가격 1만원).
동치미 국물이 들어간 육수 맛 독특
갈현동 <만포면옥>
구파발 일대에서 40여 년 된 오래 된 집으로 뉴타운 개발로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가족끼리 불고기로 식사하고 마무리 냉면으로 한 끼 하는 분위기다. 면수가 살짝 짭조름하다. 백김치, 채칼로 썬 무채가 먼저 나온다. 유기그릇에 나오는 메밀 함량 준수한 면발이 매력적이다. 육수에 동치미 국물이 들어가 짭짤하면서 독특하다. 달걀, 배, 오이 등 고명도 단정하게 올라갔다(평양냉면 가격 9000원).
간간한 육수 맛 좋은 오래된 노포
오류동 <평양면옥>
오류동 골목 안의 오래 된 노포다. 면을 뽑는 과정을 매장 안에서 비교적 보기 쉽게 유리창 하나 사이로 오픈 된 독특한 구조가 이색적이다. 면수대신 뜨끈한 육수가 먼저 나오고, 반찬으로 얼갈이 김치, 빨간 무생채, 불그스레한 무절임이 나온다. 냉면을 먹으면서 수육도 같이 먹어볼 만하다. 메밀 함량 대비 균형감 잡힌 면발과 간간한 듯 진한 육수 맛이 좋다. 가격대비 메밀 면의 질이 좋은 편이다(평양냉면 가격 7000원).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개성만점의 얼음 낀 차가운 육수
염리동 <을밀대>
전통 평양냉면 중에서 자기만의 개성이 가장 확실한 집이다. 평양냉면치고 메밀 함량이 썩 높은 면발은 아니지만 도톰한 듯 차지고 탱글거리는 게 매력이다.
따로 얼음을 빼달라고 하지 않으면 얼음 낀 쨍 하게 차가운 육수가 특징이다. 육수에 얼음이 있고 없고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다. 평양냉면의 깊이 있는 맛을 좋아하는 경우 얼음이 없는 게 낫다고도 하지만, 대부분 젊은 이 집의 냉면 마니아들은 차가운 얼음 육수를 고집한다(평양냉면 가격 1만원).
*평가 패널*
면전문가 정정옥 선생(80대·남)
1977년부터 일본의 각종 제면, 면식 조리를 연구했으며 사누키 제면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1980년대 서울 종로 강남에 우동전문점 <대판우동>을 운영했다.
1992년 고급 생면 생산, 유통 업체인 <다선유통>을 설립했고 지금은 이 회사의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블로거 아포리아 김인규(50대·남) blog.naver.com/cozy95
면을 좋아하고 특히 메밀 면에 빠져 지낸 것은 10여년 전부터다. 특히 평양냉면은 집집마다 특색이 있고 지역별, 계절별 개성과 감흥이 다르다고 한다. 냉면, 막국수 마니아로 TV 방송 출연은 물론 제의를 받고 있다.
블로거 케케케 송영민(40대·남) blog.naver.com/symin67
어렸을 때부터 동네에 <을밀대>가 있어 평양냉면은 자연스럽게 접했다. 여름에는 항상 챙겨 먹었다고 한다. 평양냉면에 익숙해 함흥냉면은 먹지 않을 정도다.
요즘은 대학생 아들과 함께 평양냉면을 먹으러 다닌다.
블로거 나나 서연지(30대·여) blog.naver.com/nanacook.do
경북 안동 출신으로 보기 드물게 평양냉면을 좋아한다. 외식을 즐겨하는 부친 덕에 어렸을 때부터 평양냉면을 접했다. 평양냉면은 먹으면 먹을수록 맛을 배워가는 매력적인 면식이라고 한다.
블로거 파요리 이한주(20대·남) blog.naver.com/faori2
평양냉면을 접한 지는 불과 1년 남짓 됐다. 고깃집 냉면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담백하고 묘한 매력의 평양냉면에 빠졌다. 평양냉면을 낯설어하는 친구들에게 소개할 만한 음식점을 물색 중이다.
<봉피양> 방이동 서울시 송파구 양재대로71길 1-4 (02)415-5527
<강서면옥> 신사동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64길 19 (02)3445-0092
<삼도갈비> 역삼동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420 (02)556-6678
<평양냉면> 제기동 서울시 동대문구 왕산로29길 4 (02)965-8254
<우래옥> 주교동 서울시 중구 창경궁로 62-29 (02)2265-0151
<서북면옥> 구의동 서울시 광진구 자양로 199-1 (02)457-8319
<평양면옥> 장충동 서울시 중구 장충단로 207 (02)2267-7784
<정인면옥> 여의도동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76길 10 (02)2683-2615
<필동면옥> 필동 서울시 중구 서애로 26 (02)2266-2611
<만포면옥> 갈현동 서울시 은평구 연서로 171 (02)389-3917
<평양면옥> 오류동 서울시 구로구 고척로10길 65 (02)2614-2263
<을밀대> 염리동 서울시 마포구 숭문길 24 (02)717-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