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문득 나타났다 문득 떠나는 남자,
이런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여자,
그 결말이 행복 마감인지, 슬픈 끝내기인지
사람마다 해석을 엇갈린다. 하지만 천송이의 마지막 대사는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에 몰입하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렇게 말도 없이 사라지는 게 아쉽지 않냐고요?
전혀요.
오히려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간절해지게 돼요.”
수필가 금아 피천득의 ‘이 순간’은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일상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
그 얼마나 찬란한 기적인지 들려준다. 미래의 거창한 행복이 아니라 별을 쳐다보고, 친구와 대화하는 현재 ‘이 순간’에서 영원을 발견하는 지혜이다.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할지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별 그대’ 커플처럼 순간순간 몰입하고 만족하면서
그렇게 하루를, 한 달을, 한 해를 저축해 한 생을 채우는 것은
소중한 인생 공부다.
따지고 보면 기별 없이 찾아왔다 예고 없이 사라지는 게 도민준 만은 아니다. 단 한 번도 약속을 어기지 않고 해마다 우리 곁에 찾아드는 봄 향기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봄은 없었다. 2014년 봄도 우리 생애 오직 한 번뿐이다. 문득 왔다 문득 사라진다. 그게 봄이다.
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오늘 이 봄을 잡아야겠다. '이 순간'을 만족하고 몰입하는 당신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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