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노후 저당 잡히지 않으려면…
노년기 자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유동성일 것이다. 다달이 노후생활비를 사용하려면 그만한 현금흐름을 창출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노년층은 자산 유동성이 크게 떨어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가구의 전체자산 중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83%에 달한다.
집을 저당 잡히는 순간 노후도 저당 잡힐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준비 안 된 은퇴자들이 부족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택하는 길은 주택담보대출인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 퇴직하면 확실한 소득이 없으므로 신용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 결과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활용하게 된다. 한국의 60세 이상 고령자의 47.4%가 부채를 가지고 있고, 그 중 46.2%가 담보대출에 의존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과연 주택담보대출로 노후생활비를 마련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일단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만기가 3년 정도다. 다시 말해 노후생활비를 조달할 정도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자라는 복병도 존재한다.
2014년 3월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3~4%에 이른다. 5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3억원을 빌리면,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만 80~90만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뚜렷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가 감당할 만한 부채가 아니다.
개인사업 시작했다 절반 망해…3년간 생존율 54%
그렇다면 왜 담보대출을 받는 고령자들이 이렇게 많은 것일까. 통계청의 ‘2013년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상당수의 고령자가 담보대출 받은 자금으로 사업을 한다는 뜻이다.
60세 이상 고령자의 대출 활용방법을 보면 ‘사업자금 마련’ 목적으로 빌리는 경우가 35.5%로 가장 비중이 높다. 의외다. 문제는 한국에서 자영업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이 발표한 ‘2013 서울 자영업자 업종지도’에 따르면, 2008년 창업 후 2011년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사업체의 비율은 54%에 불과했다. 즉, 창업 이후 3년간 절반(46%)이 망했다는 뜻이다.
사업자금 용도 다음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한 대출금 사용처는 ‘거주주택 마련’이다. 거주주택 마련이 많은 것은 이유가 확실하다. 집을 샀을 때 얻은 빚을 아직 갚지 못한 것이다.
이왕 집 활용하려면 주택연금이 담보대출보다 안전
별다른 금융자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집만 있는 노년층이 노후생활비를 마련하려면 결국 집을 활용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담보대출 받은 돈으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주택연금’을 고려해보는 것이 낫다.
주택연금은 정부가 보증하는 역모기지론으로 주택소유자가 60세 이상이고, 9억원 이하의 1주택을 보유한 경우 가입 가능하다. 가입자는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지만, 그 집에서 남은 평생을 거주할 수 있다. 그것도 꼬박꼬박 연금을 받으면서 말이다.
사람들이 주택연금 활용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식들에게 상속할 집이 없어져 버린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100세 시대에는 상속에 대한 관점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30세에 자식을 낳고 90세에 인생을 마감한다면, 그때 자식의 나이는 60세다. 환갑 때 주택을 상속받아서 어디에 쓸 것인가. 상속을 생각하기보다 주택연금을 이용하는 것이 자녀의 부양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