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풍경-
“음주단속” 기분 좋았습니다.
전 년, 끝 달 중순 어느 날 저녁이었다. 읍내 시장 통 전기통신공사 옆 S식육식당에서 꼬치친구 J와 K, 나 이렇게 셋이서 모처럼 쇠고기불고기로 저녁을 먹었다. 흔한 삼겹살로 평소에 만족해 오던 우리에게 K가 부담한 과비의 소등심 불고기는 맛있었고, 식사는 흥이 났다. 작은 병 하이트 하나를 까고 J와 나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하고 비웠다. K는 밀밭에만 가도 위 속 물을 토해내는 알콜 거부증후군증의 표본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얼근히 달아 오른 뱃속에서 쇠주를 더 넣어달라고 유혹하였지만 만년의 허한 건강을 생각하여 한 병으로 노정을 나누고 아쉬워하며 끝냈다. 나설 때 벽시계를 보니 저녁 8시를 조금 넘고 있었다. 내 집이 S리 A부락이라 승용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운전대를 잡고 출발하였으나 혹시나 음주단속이 있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하며 북을 향해 나 있는 길 끝에서 좌회전으로 핸들을 꺾고 방향을 잡고 보니 바로 앞 사거리 갓길에서 경찰차가 붉고 푸른 불을 점멸하며 나를 잡아먹으려는 듯 입을 벌리고 있지 않은가. 조명 봉을 든 중년 인 듯싶은 경찰 너 댓 명이 사방 길을 막아서서 음주 단속을 하고 있었다. 되돌아 갈 수도 없었다. 피할 길 없어 입 앞에 대어 미는 예비 측정기에 마신 공기를 후- 하고 뿜었더니 삐-하는 소리가 나자, 경찰은 잠간 내리라고 하는 것이다. 정말 낭패다 싶었다. 경찰은 우선 면허증을 내어달라기에 수첩에서 뽑아 건네주었더니, “술 좀 했내요” 하기에 “쇠주 두 잔 했습니더, 지가 금방 전에 밥 반주로 꼭 두 잔만 꼴칵 했는데 70을 넘긴 노인이다 보니 알콜 기가 목구멍에 쬐끔 남아 있은 모양입니더, 용서 해주이소” 했더니 “안 됩니더, 차를 길가로 갔다대어 노이소” 하는 것이다. 그러자 다른 차가 다가오니 그리로 가는 것이다. 차를 옮기고 하차하니 다른 경찰 한 분이 “어르신 술을 만히 했능기요” “아입니더, 꼭 두 잔 했는데--” “그라마 어르신 저 앞 수퍼에 가서 찬물 한 컵 마시고 오이소, 한 30분 후에 측정 하마 까닥 없을 낍니더” 하지 않은가. 이게 왠 떡인가 싶어 그 순경을 감격의 눈길로 뜯어보니 무궁화 잎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어깨에 단 표식 서너 개가 가로등 빛에 번쩍이는 것을 보니 경장 아니면, 경사였다.
내가 객지인 I.C 시(市) K구(區)에 살고 있을 때 과한 취기로 음주단속에 걸려 곤욕을 치른 일이 떠올랐다. 다행이 본서로 끌려가 내 하잘 것 없는 공적 신분 득으로 정식 검사를 피할 수 있어 풀려났으나, 그 때 의경인지 무엇인지 어깨에 이파리 하난가 두갠가 단 젊은 놈으로부터 “늙은이가 주책도 없이 왠 술을 많이 처먹었나” 하는 소리를 듣고, 화가나서 “야 일마야 니는 애비애미 한테도 처먹었나고 하나, 못덴 놈---, 그래 좀 처먹었다, 어쩔래, 법대로 해라 겁 안 난다” 하며 내가 팔을 들어 올려 때리려고 하였으나 그 놈이 피하는 바람에 헛손질하고 말았다. 나중에 처벌을 받을 값에 너무나 약이 올라 객기를 부려 본 것이다. 상대 경찰도 화가 났는지 조금 기다렸다 경찰서로 가자고 하였으나, 나는 성이나 있어 이판사판 이다 하고 그 놈의 옷깃을 잡고 억지로 부근에 있는 경찰로 끌고 가서 체통을 잃고 소동을 벌였던 사건이었다.
그 때부터 나는 젊은 의경에 대한 거부감이 내 가슴에 응어리가 되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오늘 30분 까지 기다려 음주 측정을 하겠다고 하고, 게다가 날씨가 치우니 경찰차 안이 따스하니 들어가서 쉬시라고 친절까지 배푸는 것이 아닌가.
내 나이 70을 넘기고서야 대한민국 경찰이 제 모습을 찾았구나 싶으니 가슴이 뭉클했다. 한 30분 지나고 나오라고 해 하차하자 정식 측정기를 입에 대더니 물고 숨을 내 뿜으라 하기에 애라, 처벌당해도 기분이 좋다 싶어 마음 끝 후-- 하고 불었더니 순경이 측정기를 들여다보고, “다행입니더, 훈방조치 하라는 정도의 수치가 나왔습니더” 하며 단속 경관도 안도하는 것 같았다.
“어르신 다음부터는 과음하면 몸에도 해롭습니더, 살피 가시이소” 하며 친절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그 순경의 따스한 모습을 떠올리며, 내 인생에 과음 운전은 절 대 없을 것임을 다짐한다.
전국의 경찰님들께 “저는 경찰이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 가고 있음을 확실히 보았습니다. 시민들도 저와 함께 박수를 보내자고 이글을 통해 권하고자 합니다. 맡은 직분에 더욱 분발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