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도 사태, 코레일 '깜깜이 경영' 근본 수술 계기 돼야
작성자 박찬원 작성일 2013-12-26 오후 10:04:35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버스를 타면 4시간 20분 안팎 걸리는데 요금은 2만3000원이다. 반면 KTX를 타면 2.3배인 5만3300원, 새마을호 열차는 1.8배인 4만700원을 내야 한다. KTX 경우 시간이 2시간 40분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고속버스의 2.3배인 요금이 괜찮다는 승객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소요 시간이 4시간 50분~5시간으로 고속버스보다 늦게 가는 새마을호 요금이 고속버스의 1.8배나 되는 걸 적절하다고 보긴 힘들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새마을호 요금을 낮추면 승객이 늘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지만 코레일은 그런 경영 혁신을 시도하지 않는다. 매년 평균 5500억원씩 정부가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해마다 국민 세금을 5500억원씩 지원받으면서도 코레일은 2005년 공사화(公社化) 이후 작년까지 연평균 5700억원의 적자를 봤다. 민간 기업이 8년 내리 적자를 내면 임직원 임금을 깎고, 비용 지출을 줄이고, 수지 안 맞는 사업 분야를 매각하며 진즉 비상 경영에 들어갔을 것이다. 코레일에선 되레 툭하면 성과급 잔치를 벌여왔다. 2007·2008년 코레일은 6400억·7300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1800억·3200억원의 성과급을 나눠 가졌다. 용산 부지 매각 대금에다 정부 보조금을 보탠 것을 당기순이익이 난 것으로 포장해 이익금을 분배했다.

코레일이 지난해 인건비로 지출한 돈은 1조9900억원(2만8000명 직원이 1인당 6880만원)으로 매출액의 46.3%나 됐다. 독일 철도는 인건비 비중이 27.6%, 철도노조의 파워가 세계에서 가장 세다는 프랑스도 39.1%이다. 철도 노선 1㎞당 인력은 독일·일본이 7명, 프랑스 6명인데 코레일은 10명이다.

기업의 적자 경영을 개선하려면 어느 부문에서 무슨 이유로 어느 정도 적자가 나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코레일은 여객·물류 등 사업 분야별로 또는 노선별로 회계 분리가 돼 있지 않아 어느 구석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도무지 알 수 없게 돼 있다. 게다가 코레일의 처장급 이상 간부 10명 가운데 8명이 철도고를 거쳐 철도대를 나온 동문이다. 낙하산을 타고 투입된 사장 혼자 경영 혁신을 하겠다고 용을 써봐야 노조에서 고위 관리직까지 똘똘 뭉친 코레일의 기득권(旣得權) 네트워크에 휘말려 허우적대다 임기를 마치는 것이 현실이다.

코레일은 2015년부터는 흑자 경영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해마다 수천억원씩 주는 세금 지원을 언제 끊을지 밝히지 않고 있다. 흥청망청하고 있는 코레일 임직원들이 끝내 경영 개혁을 거부하면 국민들이 나서서 세금 퍼주기를 중단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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