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상회담 분위기 먼저 만들고 회담 이야기 꺼내야
작성자 박찬원 작성일 2013-11-16 오후 7:28:23
일본 아베 총리가 사흘 내리 한국 인사들을 만나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13일 이병기 주일(駐日) 한국 대사를 만난 데 이어 14일 한일협력위 참석차 도쿄를 찾은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통석(痛惜·몹시 애석함)의 마음이 있다"고 했다. 15일엔 한일협력위 출범 50년 기념 총회에 참석해 "앞으로 중층(重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축하 메시지에서 "한국과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이라며 "두 나라가 미래 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한·일 관계는 두 정상이 같은 회의에서 한목소리로 '미래 지향적 관계를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고 해서 갈등의 매듭이 쉽게 풀리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아베 총리가 한국 인사들을 만나고 있던 그 3일 동안 일본 전역엔 아베가 "한국은 협상조차 할 수 없는 어리석은 나라"라고 말했다는 기사가 실린 주간문춘(週刊文春) 최신호가 뿌려졌다. 이 잡지는 '한국의 급소를 찌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베 측근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새 정한론(征韓論)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일본 금융기관들이 지원·협력을 끊으면 삼성도 하루 만에 무너질 것"이라고도 했다. 전쟁을 앞둔 나라 사이에서나 오갈 이야기를 태연스럽게 떠들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간 한·일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양국 국민은 정상회담에서 좋은 소식이 나오기를 바라는데 그렇게 되지 않으면 실망이 커져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가 무대 위에선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뒤로는 '한국은 어리석은 나라'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오는 걸 보면 박 대통령의 이런 걱정을 반드시 기우(杞憂)라 하기도 어렵다.

아베 총리는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한 나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해 왔다. 그러나 아베 총리와 그 참모들은 일제 침략에 대해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와 군대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뒤엎는 발언을 계속해 왔다. 아베 총리가 정말 한·일 정상이 만나 양국 관계의 과거·현재·미래를 논의하기를 원한다면 일본이 먼저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아베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명확히 밝히고 그간의 갖가지 발언을 분명히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정상회담이 오히려 양국 관계와 양국 국민의 상호 인식을 악화시키는 일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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