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니 매미 울음소리가 멀리서 가까이로 들려오기 시작한다.

햇볕은 밝고 뜨겁다.

작열(灼熱)하는 햇볕을 받고 곡식이 무르익으면 추석도 영근다.

그러면 또 고향이 그리워지고....

남북에 흩어져 있는 이산가족들은 이제는 지칠 되로 지쳐

남북 당국이 주선하는 이산가족상봉 같은 건 체념하고 있다.

회사가 貞洞에 있을 때 저녁 퇴근 후 몇 몇 동료들과 장충동 족발 집엘 꽤나 자주 간편이다.

돼지털이 다 벗겨지지 않은 거무티티한 족발에 소주를 들이키고 냉면 한 그릇 단숨에 먹고는 끼익 트림하며 집으로들 갔었다.

汝矣島로 회사가 옮기고는 아무래도 장충동 족발 집에 가는게 뜸 했었다.

그러나 회사가 장충체육관에서 행사를 하면 빠지지 않고 그 먹음직 스러운 돼지족발 집엘 갔었지.

언젠가 족발 집에 다시 들렸을 때..... 어 거칠게 이북 사투리를 하던 아줌마들이 안 보이는 것 아닌가.

어쩐 일인가 알아보니 모두 미국으로 이민 갔다고. 그 말을 들으니 섭섭함에 입맛이 싹 가시었었다.

북한의 고향을 버리고 남으로 와서 고생 고생하다 살만 해지니까

고향이 뭔지 그렇게도 그리워 미국에서는 북한에 갈 수 있다고 해서 또 멀리 미국으로 떠났다고.

아무튼 추석 때만 되면 남북이산가족상봉 얘기가 터져 나온다.

정부가 하는 이산가족상봉행사 참으로 답답하다.

그렇게 몇 명씩 뜨물 뜨물 만나게 하면 100년도 더 넘게 걸린다.

그들이 살 날은 그리 오래 남아 있지도 않은데.

가족간의 만남은 하나님도 막을 수 없는데 지들이 뭐라고 이산가족들의 만남을 가로 막는가.

남북관계가 개선 되려면 38선이 없어져야 했었다.

한국전 때 그게 없어질뻔 했었다.

그게 안 된 건 북한 입장에서 보면 UN군이 참전 해서였고, 남한입장에서 보면 중공군이 참전해서 그리 안 됐다.

그런데 전쟁후 DMZ이 생기며 38선이 더 두터워 졌다.

38선과 DMZ을 넘나들수 있는 건 전파뿐이다.

남북간에 서로 전파가 오갈 수 있는 방송을 할수 없을까?

우리나라 위성방송을 지구위 여러나라에서 볼수 있다.

가까이 동남아에서 멀리는 미국에서도 우리나라 방송이 쾅쾅 나온다.

뭐가 두려워 남북간에 서로 방송도 못 듣고 못 보게 하는가.

비방하는 소리 땜에.... 아서라, 이제는 국민의식수준이 방송내용의 진위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있다.

편지라도 오가게 하고 E-Mail도 열어야 한다.

전화 통화는 왜 안 되나?

우리들 대부분도 가족들이 떨어져산다.

그렇지만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전화로 서로 문안을 한다.

이게 삶이고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 추석에도 두고 온 고향엘 못가는 이산 가족들에게

고향의 모습과 가족들의 얼굴이라도 비춰 줄 방송 언제쯤 하려나?

고향에 가 보고싶다.

"故鄕에 가면 世界가 보인다." 고 작가 朴景利는 말했다.

DMZ을 보면 통일이 보여야 한다.

그곳에 이산가족 만남의 장소가 만들어지고 남북한 이산가족이 다시 만나 함게 사는 마을이 생겼으면...

남북 이산가족들에게 그 일을 맡기면 쉽게 해 내리라.

추석이 말없이 다가오니 매미 소리가 더 크게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