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질환 공부하기

글 : 오범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

사람은 65세가 넘으면 신체 각 장기에 노화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다분히 생리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서 누구나 세월이 흐르면 겪게 되는 일이다.
'노인성 위축'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혈액순환의 장애나 내분비 샘의 영향으로 인해 생체의 구성세포의 대사가 저하돼서 장기가 서서히 위축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전신적으로 나타나며 특히 뇌, 심장, 신장, 뼈, 피부에 특히 현저하게 나타난다.

다만 사람마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기에 노년에도 젊게 보이는 사람도 있고 반면에 실제 나이보다 더 나이들어 보이는 사람도 있다.

크고 작은 증상들이 나타나는 노년기

건강검진을 위해 방문한 72세 박씨 할아버지와 68세 김씨 할머니 부부는 지방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시는 분들로, 서울에 있는 자녀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상이 있는 곳을 다 찾아주세요'라는 부탁과 함께 전신에 다양한 검사를 원하여 내원하였다.

박씨 할아버지는 술, 담배를 오랜 기간 동안 즐겼지만 건강하게 지내던 분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병원 방문 후에 자녀들에게 말하지 않던 문제점들을 말해 주었다.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고 기분이 예전과 달리 축 처지는 것 같으면서 늘 피로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소변을 자주 보고 소변을 본 후에도 시원하지가 않으며 밤에 자주 깨서 소변을 보러 화장실을 가기 때문에 잠도 푹 자본 적이 별로 없다는 말씀을 하였다.

할머니는 지난 겨울 넘어져서 발목을 다친 이후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살이 많이 쪘다는 점 외에는 특별히 불편한 것은 없다고 말했는데, 기억력이 감소한 정도가 할아버지보다 심하고 특히 서울에서 자녀들에게 연락이 와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종종 잊어버리는 바람에 약속을 놓친 적도 몇 번 있다고 하였다.

박씨 할아버지는 다른 혈액검사에서는 큰 이상이 없었지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게 확인되었고, 문진을 통해 약간의 우울증이 의심되었으며 초음파 검사에서 전립선 비대 진단을 받았다.

김씨 할머니는 뇌 MRI에서 뇌 위축이 상당히 많이 진행된 소견을 확인할 수 있었고, 체성분 검사에서 체지방 과다 및 근육 또한 여성 검사인 자궁경부세포검사에서 질 위축 소견, 혈액검사에서는 고지혈증, 골밀도 검사에서는 골다공증 소견이 추가적으로 발견되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박씨 할아버지에게는 남성호르몬을 3개월마다 주사로 보충하는 치료법을 선택하였고,전립선 비대증에 대해서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약을 처방하였다.

김씨 할머니에게는 골다공증 및 고지혈증, 질 위축 소견에 대해서 약물을 처방하였고, 광범위한 뇌 위축 소견과 기억력 감퇴에 대해서 신경과 진료를 먼저 권하였으며, 신경과에서는 치매 초기 증상을 의심하여 약물 치료를 시작하였다.

3개월 후 다시 병원을 방문하였을 때 박씨 할아버지는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은 후에 피로가 개선되고 활력이 생기면서 이전처럼 축 처지는 기분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고, 소변도 시원하게 보면서 밤에 잠에서 깨어 소변을 보러 가는 일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로 감소해서 잠을 잘 자게 되었다고 한다.

김씨 할머니는 신경과 약물을 복용하면서 기억력 감소가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고, 질정을 처방받은 이후에 가려움증과 질 건조감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였다.

또한 혈액검사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거의 정상으로 떨어졌음을 확인하였다.

호르몬 보충으로 증상 완화

이처럼 노인성 위축은 혈액순환의 장애나 호르몬 분비의 변화로 인해 장기의 기능이 서서히 감소하는 현상으로, 위축이 나타나는 부위도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노인성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는 복부 체지방 증가 및 근육량, 골밀도 감소로 인한 힘의 저하,

둘째는 우울, 만성피로, 의욕저하 등의 뇌신경기능 저하,

셋째는 성 기능의 저하를 들 수가 있다.

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증상이 확인된 상태에서 혈액검사를 통한 호르몬 수치의 감소, 그리고 뇌 MRI 또는 복부 CT, 골밀도 검사 등의 영상검사를 통한 해당 기관의 위축 및 기능 감소 소견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의하게 호르몬 수치가 저하되었을 경우 남녀 모두 호르몬 보충이 필요하며, 남성의 경우 2~3개월마다 호르몬 주사를 맞을 수 있고

여성의 경우 매일 여성호르몬 제제를 복용하는 방법이 추천된다.

그러나 성 호르몬 보충요법은 전립선암이 의심되는 남성의 종양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고, 여성에게는 자궁내막증식증, 유방암, 정맥 혈전 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료 후에 처방받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습관 개선이 포인트

다른 만성질환들과 마찬가지로 노인성 위축 역시 교정 가능한 생활습관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

과도한 술과 담배를 금하고, 식습관의 개선 및 운동을 통해 내장지방의 감소와 근력강화를 기대할 수가 있다.

특히 노인성 변화와 동반되는 성기능 장애, 근감소증, 골밀도 감소, 신체 조성의 변화, 대사성 질환 및 심혈관계 질환, 인지기능 장애, 불안 우울 등의 증상과 관련해서 운동이 가지는 여러 가지 이점이 최근 연구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미국의 노인 운동 권고안에 따르면, 주당 150분의 중등도 이상의 활동을 제안하였고 더 나아가 유산소 운동, 저항운동, 유연성 운동, 균형 운동에 대해서도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