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들은 저마다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 집은 사람이 가꾸고 산은 신이 가꾼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가꾸지 않았는데도 저마다 제자리에서 아름답게 피어나 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면 소월이 노래한 산유화가 생각난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저 혼자서 피는 꽃은 고독하다. 저 혼자서 지는 꽃도 고독하다. 바로 인생이 혼자서 피고 혼자서 지는 것이지 않겠는가. 산에서 우는 작은 새가 꽃이 좋아 산에서 살 듯, 산을 찿는 사람은 외롭게 핀 들꽃을 보며 고독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며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살다보면 때로 울고 싶고 소리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 울고 싶거나 소리지르고 싶을 때 가기에 딱 좋은 곳이 산이다. 산은 묵묵히 울음과 소리지름을 받아 준다. 산에서 울고 소리지르고 내려오면 한결 마음이 시원해진다. 왜 일까? 산은 눈물이나 소리지름이 슬픔의 언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 가고 나면 산에는 꽃이 진다. 눈물처럼 뚝뚝 홀로 꽃은 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