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서울시복지재단은 서울시 의뢰로 ‘서울시 어르신 적합직종 개발에 관한 연구’를 완료했다. 물론 이전에도 고령자 직종에 대한 연구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나 고용노동부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개발된 직종의 다양성과 상관없이 실제 고령자 취업은 아래 <표 1>에서 보듯 여전히 비전문적이고 비숙련적인 육체노동(환경미화직, 시설관리경비직, 배달직, 운전운수주차관리 등)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그 결과물에 대한 시민 체감도는 현저히 낮았다. 더군다나 2009년 이후에는 관련 연구가 진행된 바가 없어서, 기존 개발된 고령자 직종에는 최근 변화하는 사회상이나 신노년층의 새로운 욕구가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다.

• 표1 서울시고령자취업알선센터 최근 3년간 직종별 취업현황

  취업직종	2010년		2011년		2012년
  	비율(%)	순위	비율(%)	순위	비율(%)	순위
  총 합 계	100.0		100.0		100.0
  환경미화직	22.2	1	26.4	1	26.1	1
  시설관리경비직	20.4	2	21.3	2	21.8	2
  배달직	15.1	3	10.0	4	12.3	3
  단순노무직	12.9	4	11.4	3	9.1	4
  운전운수주차관리	9.1	5	8.3	5	7.4	5
  전문직	0.7	12	3.6	9	7.1	6
  서비스판매직	2.6	8	4.6	7	3.6	7
  도우미직	7.5	6	5.5	6	3.3	8
  교육직	2.8	7	1.2	11	3.2	9
  기술직	0.5	13	2.0	10	2.8	10
  단순사무조사직	1.4	10	3.7	8	1.4	11
  제조생산직	3.9	9	0.8	13	1.2	12
  사무관리직	0.8	11	1.1	12	0.8	13

• 재단에서는 관련 연구를 수행하기에 앞서, 우선 기존 연구결과를 면밀히 검토했다. 나아가 다양한 최신 자료를 검토하여 최근 고령자에게 추천되는 직종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유망 직종, 외국의 이색 직종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뿐만 아니라 고령자 취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장전문가와 현재 서울시 어르신정책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직접 인터뷰하여 다양한 아이디어 및 의견을 수렴했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하여 총 190개의 고령자 직종 목록을 구성했다.

서울시, 어르신 적합직종 76개 선정 발표

• 하지만 190개 직종 모두를 서울시 어르신 적합직종으로 제시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여러 자료에서 어르신 직종으로 추천되었고 그 내용이 상당히 참신함에도 불구하고, 어르신이 수행하기에 적합지 않거나, 평생에 걸친 지식과 기술을 갖춘 소수의 경력자만이 진입할 수 있거나, 관련 수요와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서 대량의 일자리 공급이 불투명한 경우 등이 다수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직종 개발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제한 요건들을 적절히 가려내는 작업이라고 보고, 수행적합성, 진입가능성, 공급안정성 등 세 가지를 기준으로 삼아 190개 직종 중에서 최종적인 서울시 어르신 적합직종을 선별해냈다. 이밖에도 어르신 직종이 청년일자리나 여성 및 장애인 등 다른 취약계층의 주요 진출 분야와 겹쳐서 이들의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고려했다.

• 표2 서울시 어르신 적합직종 선정 기준

  기준	세부내용
  수행적합성	• 신체적 활동의 범위와 강도가 크지 않은 활동성이 낮은 직종 • 근로시간 유연성(파트타임 활동 가능성 등)이 높은 직종 • 고령자가 수행하였을 때 신뢰감과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직종
  진입가능성	• 비교적 단기간의 훈련·교육·준비과정을 통해 진입이 가능한 직종 • 특정 경력을 요구하는 관리직, 전문직, 숙련기술직 등 제외 •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창업을 통해 진입가능한 직종 제외
  공급안정성	•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있거나 고령자 고용 가능성이 입증된 직종 • 관련 분야의 일자리 정책 수립이나 실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직종 • 향후 발전가능성이 있어, 고용지원 정책 수립이 가능한 직종 • 프리랜서 활동 등과 같이 일자리 공급처가 불분명한 경우 제외

• 이러한 조건들을 고려하여 검토 과정을 거친 결과 최종적으로 13개 유형 76개 직종을 서울시 어르신 적합직종으로 선정할 수 있었고, 서울시는 이러한 직종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 76개 직종에는 어르신 취업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판매서비스, 운수교통(배달원, 운전원), 돌봄제공(도우미직종), 주거환경(시설관리경비직, 환경미화원 등)과 관련된 직종들이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직종 이외에 최근 어르신 취업자 중 교육직과 전문직 취업자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교육 및 강사 영역의 직종(7개 직종)과 복지 및 상담과 관련한 전문직종(6개 직종)을 보다 다양화하여 제시했다. 그리고 최근 노인복지 관련 기관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어르신 진출이 더욱 활발해진 음식서비스(바리스타, 식품생산원 등), 예술문화(연기자, 문화재해설가, 도슨트 등), 녹색환경(식물관리사, 생태해설가, 재활용분류원 등) 영역의 직종들도 주요하게 다루었다.

• 표3 서울시 고령자 직종개발안

  유형	직종	유형	직종
  음식서비스(4)	1.식음료전문가	예술문화(5)	38.연기자
  	2.조리사		39.플로리스트
  	3.식품생산원		40.공연해설사
  	4.주방보조원		41.문화재해설가
  판매서비스(4)	5.패스트푸드원		42.도슨트
  	6.영화관도움지기	여행관광(3)	43.여행안내사
  	7.판매원		44.호텔종사원
  	8.텔레마케터		45.도시민박운영자
  운수교통(7)	9.주유원	주거환경(7)	46.주택관리사
  	10.세차원		47.공인중개사
  	11.배달원		48.시설관리경비직
  	12.운전원		49.층간소음관리사
  	13.주차관리원		50.복지주거환경코디네이터
  	14.교통도우미		51.환경미화원
  	15.통행료징수원		52.방역원
  경조서비스(3)	16.주례사	마을환경(5)	53.마을활동가
  	17.혼례종사원		54.경로당코디네이터
  	18.장례·상조도우미		55.향토보안관
  돌봄제공(6)	19.돌봄도우미		56.보도파수꾼
  	20.생활지도원		57.지역내응급치료사
  	21.요양보호사	녹색환경(8)	58.도시농업전문가
  	22.급식도우미		59.농촌서포터즈
  	23.학교보안관		60.유기농기능사
  	24.등하교안심도우미		61.식물관리사
  교육강사(7)	25.놀이강사		62.생태해설가
  	26.공예강사		63.환경감시원
  	27.독서지도사		64.에너지지킴이
  	28.동화구연사		65.재활용분류원
  	29.보조교사	기타(11)	66.준사서
  	30.다문화가정방문교사		67.시험감독관
  	31.웃음치료사		68.설문조사원
  복지상담(6)	32.노인운동치료전문가		69.복지모니터원
  	33.요양서비스코디네이터		70.통·번역가
  	34.직업상담사		71.경영지도사
  	35.고령자상담가		72.목공보조원
  	36.개인여가컨설턴트		73.봉제사
  	37.웰다잉관리사		74.포장원
  			75.반려동물학대감시원
  			76.반려동물장의사

• 개발된 직종 중에서는 이미 서울시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어르신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직종들이 있다. 주차관리원, 교통도우미(교통서포터즈), 학교보안관 등은 서울시의 관련 부서들이 협력하여 지속적인 어르신 일자리를 창출해낸 경우이며 현재 서울시의 어르신 주요 직종으로 안착돼가고 있다. 그리고 등하교안심도우미, 마을활동가, 경로당코디네이터, 도시농업전문가, 농촌서포터즈는 이미 서울시에서 작년부터 계획해왔고 올해 인원을 모집하여 실제 활동이 시작된 직종이다. 이런 사례들은 관련 정책이 수립되어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어르신 일자리 확대 및 사회참여 촉진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반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아닌 노인취업훈련센터나 노인일자리사업 수행 기관 등 민간 기관의 노력으로 개발되고 활성화된 직종도 있다. 다문화가정방문교사나 고령자(또래)상담가, 도슨트, 향토보안관, 설문조사원, 주례사, 연기자 등의 직종이 바로 그런 예다. 이 외에도 패스트푸드원(맥도날드), 영화관도움지기(CGV), 주택·아파트관리사(LH공사) 등 민간 기업의 노력을 통해 어르신 직종으로 개발돼 어르신 채용이 이루어진 경우도 있다. 이처럼 민간 주체의 개별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해 보다 다양한 어르신 직종 개발 및 지속적인 어르신 사회 진출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노인복지 수행 기관과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 또한 동시에 고려돼야 할 것이다.

수행적합성, 진입가능성, 공급안정성 등 세 가지 기준

• 어르신이 은퇴 후에 새로운 일자리를 통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한 차원에서 본다면, 현실적합성을 갖춘 다양한 어르신 직종을 공공에서 개발하여 보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련 직종들이 차후 민간 영역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기반까지 마련해주는 보다 세심하고 안정적인 정책의 수립이 요구된다. 제안된 76개 직종 중에는 그러한 목적에서 제안된 직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노인운동치료전문가, 요양서비스코디네이터, 개인여가컨설턴트, 웰다잉관리사, 공연해설사, 복지주거환경코디네이터, 지역내응급치료사, 복지모니터원, 반려동물학대감시원, 반려동물장의사 등이 그것이다. 이들 직종 중 일부는 민관 기관을 통해서 실제 운영 중인 경우도 있지만, 어르신 일자리로서의 사회적 활성화는 미흡한 수준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수요도 예측되고 있으므로, 향후 발전이 크게 기대되는 직종들이라고 할 수 있다.
• 서울시가 새로운 어르신 직종 개발을 요청한 이유는, 지금까지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해왔던 취업 알선과 같은 다소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지원을 통해서는 어르신 일자리의 가시적인 확대가 이루어지기 어려우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연구를 통해 개발된 직종을 제시하여 관련 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추진 의지를 시민에게 약속하고, 공공의 노력은 물론 어르신 인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여 다양한 민간 주체들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정보 제공을 통하여 어르신 스스로 은퇴 후의 다양한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번에 제시된 직종들은 서울시 어르신 일자리 가이드북으로도 제작되어 배포될 예정인데, 정작 연구 결과가 정책적 허언(虛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의견 제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 | 정은하 (서울시복지재단 노인정책팀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