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에 ‘잘되면 자기 탓, 못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귀에 닦지가 않도록 들어왔다. 그 말은 “일이 생각대로 잘 풀리고 부자가 되면 자기가 열심히 노력하여 이룩한 것이라 말하고, 그 반대일 때는 산소를 잘못 써서 그렇다.”는 등 고인들에게 핑계를 돌리는 아픈 세태의 단편을 보게 된다.

몇 년 전 전남 영암에 있는 아크로 골프장으로 친구와 여행 겸 운동을 갔었다. 이동 중 차창 밖으로 비친 아름다운 야산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무덤이 마치 피부암이나 걸린 듯 울퉁불퉁 돋아나 흉물스럽게 보여 마음속으로 기회가 된다면 후손이 대대로 삶을 이어갈 이 땅에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물려주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였다.

그 후 집안 문중 회장님께 마을에 흩어져 있는 90여 기의 조상 분묘를 봉안당을 조성하여 한 곳으로 모시면 친족 간에 화합도 되고 국가 시책에도 호응하고 좋지 않으냐고 건의하였더니 좋은 의견이나 당장 시행하기에는 어렵다고 하면서 문중 원로들의 중지를 모으겠다고 하였다.

따라, 마을 주민에게 솔선수범을 보이기 위하여 1단계 실천으로 필자의 부모님과 숙부님 내외분의 시신 4구를 화장 골분은 평생 삶을 일구어온 밭 모퉁이에 뿌려드리고 산소는 평지로 만들어 놓으니 동네 분들도 이구동성으로 보기 좋다며 기회가 된다면 따라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기야 나지막한 산을 오르다 보면 후손이 돌보지 않아 폐총이 된 분묘가 매년 늘어나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해 주고 있으며, 추석이나 설날 친족이 모일 때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야기가 앞으로 산소 관리가 어려우니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난상토론을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우리 친족(소종계)에서도 조상님 묘소를 정리하자는 필자의 뜻에 대다수 동조하나 80이 넘으신 맏형님의 반대로 20여 기의 분묘를 관리하고 있으나 벌초할 때 후손 모두가 참석하지 않아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친족 간에 언쟁이 높아지는 불씨로 남아있어 이를 해결하는 방안도 곧 마련할 것이다.

유교사상에 뿌리를 두고 발달한 우리나라 장묘문화는 아직도 문중에는 대종계 소종계로 나누어 벌초도 따로 하고, 1년에 한 번씩 올리는 시제도 별도 하고 있어 문중 내에서 분묘를 없애고 봉안당을 조성하는 의견 통일은 세대가 바뀐 20년 전후에나 가능하리라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는 사회지도층부터 ‘15억 중국 인구를 지도하였던 덩샤오핑 주석의 시신을 화장, 골분을 바다에 뿌려 국민으로부터 추앙받은 것’을 거울삼아 솔선수범한다면 우리나라 장묘문화도 조기에 정착되어 후손들에게 영원토록 대를 이어 삶을 꾸려갈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물려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