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촌노의 인생 푸념

- 후배들에게 -

칼로 베듯이 딱 뿌질러 말할 수는 없다 카겠지만 적어도 초로(初老)이상 쯤 되는 이들은 대부분 ‘밸로 한기 없구마 아까븐 나만 까묵고 있네’ 칼키고, 중로(中老)나 고로(古老)들은 제 따내는 뭉는 걱정 안 할 만큼 살림께나 모아놓고, ‘인자 인생 재미 쪼개 알똥 말똥 컹께네 내 몸띠에 탕수국 냄새가 찌들어 졌구마’ 카고 자조하는 님들이 많을 끼라 생각킨다.

말이 났슨께 카는 말이지만 초로(初老) 이상 되는 인간들 십중팔구가 요런 실픈 생각과 아시번 맴을 평시에도 시름시름 떠올리고, 특히 연말이나 연초에는 더욱 심해지지 안타카면 거짓 말잉기라.

또 이삼십대 힘께나 써는 놈들은 어떤 수를 부리더라도 돈푼께나 더 몰까 궁니할 끼고, 직장에서 진급하고, 남 먼저 조은 자리 차지할라꼬 요리조리 꾀를 낼 모습이 떠 오르능기라.

초로(初老)라 카는 말을 사전에 찾아본께네 50세 이쪽저쪽이라 카니, 내 나가 인제 육십도 까묵고 70도 넘어 섰은께, 초로(初老)도 중로(中老)도 아이고 말로(末老)라 칼란지 고로(古老)라 칼란지 두 개 중 하나는 틀림 없능기라.

무시가 거리 급해서 작년에는 저승으로 떠난 친구가 고르콤 많은지---- , 아까븐 친구가 많이 깟뿌린기라. 이승 보다 더 푸른 저승의 황강 물과 백사장에 딩굴며 이뿐 기집애들과 사랑 놀음하면서 후우(後友)들을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지 더디 오라고 손짓하는지 정말 모르겠능기라.

똑 소리나는 후배들은 내가 이런 단상을 푸념으로 튕기는 말을 듣고 비웃을 끼구마. 패기에 찬 이삼세대 젊은 후배들은 내 이런 푸념을 한쪽 귀로 듣자말자 다른 귀로 바로 지워버리능게 이로울 끼구마. 하나도 득 될 끼 없응께.

우리 고로(高老) 행님들은 대부분, 진보학자 다니엘 부스틴 이 ‘호화로운 카페트가 깔린 홀을 점잖은 걸음으로 지나쳐서 격조 있는 벨벳 커텐을 제쳐보라, 그 저편에서는 장송곡이 울리며 기다릴 것이라’ 암시한 물신주의를 비꼬는 말을 귀담아 듣지 안행기라.

한창 때, 비단 카페트 위에서 목에 힘을 주고 멋을 부릴 때, 커텐 저쪽에 회색 빛 살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우째 몰랏등고----,

어느 2세대 후배가 일러준 말마따나 ‘세상사 너무 노심초사 마시게---’ 카는 뜻 깊은 한마디를 왜 싱싱한 머리와 탄탄한 근육질을 자랑할 때 미쳐 깨우치지 못하였는지 후회스럽구마.

“젊은 이들이여!! 인생이란 꼭 호화로운 카페트 길만 있는 것이 아닐세--,

 무거운 말 용서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