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의 위정 편에 보면,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묻는다.

"선생께서는 어찌하여 정사(=정치)에 참여하지 아니 하나이까" 하자, 공자께서는 "경서에 이르기를 오직 효도하며, 형제와 우애함이 즉 정치와 같으니, 효도와 우애가 바로 위정(爲政-정치)이 아니고 무었인가" 하고 답하여, 곧 노인을 공경하는 효는 그것이 바로 정치라 했거늘---,

그러나 노인은 힘이 없어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고, 구조조정아래 일자리에서 퇴출되고, 정년이라 아래로부터 밀려나고, 핵가족 풍조로 자식으로부터 왕따 당하고, 의약분업정책으로 병원과 약국으로 오락가락 헤매는 버림받은 존재가 바로 노인들이 아닌가.

그래도 우리는 비록 피골이 상접하고, 근력이 부치지만, 춘궁을 몰아낸 업적이 있고, 4. 19로 독재를 물리친 경험이 있으며, 6.25로 폐허가 된 강토를 재건한 위업이 있었다.

비록 앙상한 가슴이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찐득한 피가 흐르고, 젊은이들처럼 힘찬 맥박은 없지만 뇌리에는 냉철한 지혜가 쌓여있다. 그래서 우리도 입을 열고 할 말을 해야 한다.

위정자들은 노인들의 권익을 지켜주고, 그들 스스로 집단 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치적 수단을 마련해 주는 것이 마땅함에도 입으로만 노인우대 정책을 편다고 입을 모으지만 사실은 젊은이들의 눈치만 보고

쩔쩔매고 있다.

정책은 대부분 정부와 정당에서 산출된다.

중앙부처를 살펴보면, 여성부는 있어도 노인부를 만들 생각은 없다. 대통령 직속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으나 경노효친을 들고 나서는 기관은 없다.

정권을 담당한 한나라당 사무국 내 여성국은 있어도 노인국은 아예 없고, 핵심 조직국 산하에 청년팀은 있어도 노인팀을 찾아볼 수 없다.

즉 노인문제를 거론할 공식 기구가 전무하다.

그러니 각종공직자 선거 때마다 후보공천 자격 일순위 기준이 65세 이상 노인은 아예 배제하자는 공론이 제기되고 있어다.

그러나 의의를 제기하는 정치인이 없다.

민주주의는 화합과 타협의 정치가 아닌가.

계층 간, 계급 간, 이익 집단 간 함께 모여 서로 간 이익을 공유하고, 강자는 약자를 도우고, 있는 자는 없는 자를 보듬어 안아야하는 것이다. 이것이 타협의 원리요, 화합의 원리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원리가 진정한 민주정치의 가치인 것이다.

여러 말할 것 없이 오늘의 중국이 세계를 위협하는 눈부신 번영도 그 원초적 바탕을 만든 사람은 80을 넘어선 고 등소평 국방위원장의 지도력과 혜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미국에서 회자되는 ‘유능한 노인 한사람이 죽는 것은 큰 대학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보다 더 손실이 크다’고 하는 격언은 무엇을 뜻하는지 오늘의 위정자나 사회나, 젊은이들은 가슴에 색여야 할 것이다.

중국도 효행장려를 법적으로 강제하고, 싱가폴은 10여 년 전에 '효도법'을 만들어 경제력이 있는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을 때에는 민.형사범으로 배상하고 고소할 수 있게 법정하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가히 ‘효도법’이 작동하는 현실에서 ‘고래장’ 법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두렵다.

힘없는 7백만 노인들이여!

우리 뜻을 모아 북악산과 여의도를 향해 우선 정부에 ‘노인청을 신설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쳐보자.

그리고 각 정당은 ‘노인들 중에서 각종 공직자 선거에서 여성 수준의 비율로 공천하는 문제를 제도화 하라’ 고 악을 써 보자.

커즈와일 같은 미래학자는 2045년이 바로 ‘특이점’으로 사람수명이 영원살도록 되는 세상이 된다고 예언하고 있다.

나노기술과 컴퓨터 기술 인체공학이 결합한 '나노봇'을 만들어 사람의 혈관에 투입하여 유해한 기관이나 세포를 스스로 제거한다는 것이다.

과연 꿈 같은 얘기로 넘겨둘 수 없다고 유명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늘이 준 인간수명 백년 안팍을 피조물인 인간을 무한수명으로 늘인다는 행위가 신을 조롱하고 배반하는 행위가 아닌가 싶어 오싹한 전율이 인다.

이런 무한수명시대의 예고를 우리는 그냥 우시게 말로 치부할 것인가.

진정 국민을 위한 정권이라면, 우리도 미래시대 준비의 첫 걸음을 ‘노인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노인들이여!

이제 철없는 젊은이들에게 여의도에 맡겨두었던 정치란 무대에 우리의 좌석도 몇 석 되찾아 의사당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그들 틈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노인문제를 우리 스스로 직접 챙기기 위해 힘을 합치자.

그래도 아니 되면, 노인당을 만들어 그 당명을 “푸른 노인당”라고 칭하여 ‘젊은 것’들을 비웃어 주자.

적어도 우리의 표가 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