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록 잎새에
살갑게 내리는 녹우(綠雨).
부슬부슬 치적치적
포슬포슬 참방참방 싸락싸락.
창문을 가늘게
비끼며 간질이는 소리.
창에 서리는 김
초점없는 횅한 동공
아련한 서러움
환부없는 아픔
문득 어머니가
해주시던 애호박수제비가 그립다.
봄비 /변영로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라!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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